트럼프·바이든, '대선 승리의 열쇠' 플로리다주 탬파서 격돌

트럼프 "나도 플로리다 주민… 바이든 이기면 중국 이기는 것"
바이든 "플로리다 푸른색 되면 끝나… 트럼프, 인권 증진 인물 아니야"
30일엔 ‘공화당의 무덤’이자 선거인단 10명 달린 미네소타서 맞붙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탬파=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닷새 앞둔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승리의 열쇠’로 여겨지는 플로리다주의 최대 격전지 탬파에서 격돌했다. 이튿날인 30일에는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이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적 없는 미네소타에서 또다시 맞붙는다.

 

플로리다를 놓치면 재선 가능성이 희박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탬파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 주차장에서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나도 플로리다 주민”이라고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뉴욕에서 플로리다 팜비치로 주소지를 옮겼다.

 

그는 “바이든이 이기면 중국이 이기는 것이다. 우리가 이기고 플로리다가 이기면 미국이 이기는 것이고 아주 간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언급한 뒤 “오늘 봤나. 33.1%다. GDP 말이다. 미국 역사상 최대”라고 강조했다.

 

플로리다는 6대 경합주 중 최다 선거인단(29명)이 걸린 최대 승부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플로리다를 놓치면 재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최근 사흘간 두 후보간 승부가 두번 갈린 끝에 이날 바이든 후보가 1.6%p 리드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오후 6시30분 탬파에서 유세하겠다고 먼저 밝혔다. 그러다 트럼프 캠프가 같은 날 오후 1시30분에 탬파 유세를 하겠다고 나중에 발표했다.

 

바이든 후보는 탬파 유세에 앞서 흑인 유권자가 많아 민주당 강세지역인 플로리다 남부 브로워드 카운티의 코코넛크릭을 방문했다. 바이든 후보는 “바로 여기 플로리다에서 여러분이 열쇠를 쥐고 있다. 플로리다가 푸른색이 되면 끝난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할 인물이 아니다”라며 라틴계 표심에도 호소했다. 바이든 후보는 플로리다에서 이기지 못해도 ‘러스트벨트’ 경합주에서 이기면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다.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열린 플로리다 주 박람회장에서 열린 드라이브인 집회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설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무대 근처에 지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탬파=AP연합뉴스

플로리다주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1.2%p차로 이기면서 6대 경합주 ‘싹쓸이’의 발판을 마련한 곳이다. 특히 중서부 탬파는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탬파 서쪽 탬파만 지역인 피날레스 카운티는 인구 97만명으로 4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1%p차로 이겼고, 인구 39만명의 탬파를 아우르는 힐스보로우 카운티는 인구 123만명으로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6.8%p 앞섰다. 탬파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두 지역의 명암이 엇갈린 것이다.

 

2016년 대선에서 최대 경합주였던 플로리다에서도 양당 후보가 가장 치열하게 접전을 치른 지역에서 두 후보가 5시간차를 두고 격돌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플로리다 유세에서 4년 전에 승리한 피날레스 대신 적진인 힐스보로우를 택해 공격적인 유세를 이어갔다.

 

두 후보는 플로리다에서 유독 쿠바계 미국인 등 라티노와 흑인의 표심에 공을 들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상대방은 미국을 공산주의 쿠바나 사회주의 베네수엘라로 바꾸고 싶어한다”며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한 미국은 절대로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인 브라우어드 카운티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거부할 것을 호소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멕시코 국경 이민단속 결과 아직 가족과 떨어져있는 미성년자 545명의 부모를 찾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탬파=AP연합뉴스

2019년 7월 기준 플로리다 인구 2148만명 가운데 백인이 53%, 히스패닉·라티노 26%, 흑인 17%, 아시안 3% 등이다. 65세 이상 인구는 21%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30일 ‘공화당 후보의 무덤’인 미네소타에서 다시 격돌한다. 선거인단 10명이 달린 미네소타는 오랫동안 대선 레이스에서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이후 미네소타에서 승리한 공화당 대선 후보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에게 1.6%p(4만4765표)차로 패했다. 

 

바이든 후보는 미네소타의 텃밭인 세인트 폴에서 드라이브인 유세를 이어간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로체스터 공항 유세를 계획했다가 민간 철강회사로 장소를 옮겼고, 다시 공항으로 변경했다. 미네소타주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강조하면서 집회 참석 가능 인원이 250명으로 줄자 넓은 곳으로 옮기려다 빚어진 혼란인데, 결국 250명의 초청자만 공항 유세에 참석하게 될 전망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