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주(州)에서 경찰의 흑인 남성 사살에 항의하고자 모인 시위대가 대형 할인매장 월마트 등 상점을 약탈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월마트는 매장에서 탄약과 총기 진열을 중단한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과 더힐 등에 따르면 월마트는 미국 매장 4700곳 중 절반 가량에서 총기를 판매하고 있다. 월마트는 매장에서 총기와 탄약을 진열해두고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총기와 탄약을 매장 밖으로 옮기고 고객이 요청하면 점원이 가져다는 주는 방식으로 판매 방식을 변경했다.
월마트 대변인은 “우리는 특정 지역에서 소요 사태를 목격했다”며 “우리는 지난 몇년간 수차례 그랬던 것처럼 동료와 고객의 안전을 위해 총기와 탄약을 매장 밖으로 옮겼다”고 했다. 다만 총기와 탄약 진열을 언제까지 중단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월마트는 전날 매장 관리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특정 지역 소요 사태 등을 이유로 매장에서 총기와 탄약을 제거할 것을 지시했다.
월마트는 지난 6월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리한 진압으로 사망해 국가적인 소요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매장에서 총기와 탄약을 제거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더힐은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다음달 3일 선거 이후 개표 결과에 불복하는 이들로 인해 소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정치 전문가 등을 인용해 지적했다.
한편 올해 들어 미국의 총기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미연방수사국(FBI) 자료를 인용해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간 총기 판매량이 1510만여 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 늘어난 수치다. FBI는 올해 들어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확인 절차를 강화했지만, 총기 구매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미시간주(州)의 경우 판매량이 198%나 증가했고, 뉴저지는 180% 급증했다.
NYT는 코로나19 사태와 전국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 사회 현상이 미국인의 총기 구매욕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불안이 확산하면서 기존에 총기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추가로 총기를 구매했고, 총이 없던 사람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총기판매업자들도 올해 들어 흑인과 여성을 중심으로 생애 처음으로 총기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실제로 전미흑인총기협회(NGA)는 2015년 출범한 이래 회원 수가 올해 가장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