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대선 전 마지막 주말 유세 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놓고 격돌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환자가 10만명을 넘어서며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대선 결과를 결정지을 주요 경합주에서도 환자가 급증한 때문이다. 사상 최고의 사전투표 열기와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미 대선 막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에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시간 워터퍼드 타운십 유세에서 이례적으로 코로나19를 먼저 거론했다. 그는 “조 바이든은 길고 어둡고 고통스러운 겨울을 약속한다”고 주장하며 바이든 후보가 대선 TV토론에서 언급한 ‘어두운 겨울’에 대해 역공했다. 이어 “조 바이든은 당신 주(州)를 봉쇄하고 공장을 쓸어 없애며 일자리를 해외로 보낼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후보는 아이오와 디모인의 드라이브인 유세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트럼프는 포기했다”고 규탄하며 “전국적으로 900만명의 감염자가 있다. 비극적인 이정표”라고 개탄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나는 국가를 셧다운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경제를 셧다운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바이러스를 셧다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예측 사이트 ‘미국 선거 프로젝트’는 이날 사전 투표자가 9048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중 조기 현장 투표는 3297만여명, 우편 투표는 5751만여명이다. 전체 사전투표자 수는 미국 전체 등록 유권자의 43%로, 2016년 대선 당시 총투표자의 66%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1억5000만명 이상이, CNN은 1억5700만명가량이 투표할 것으로 각각 예측했다. 주별로 보면, 텍사스와 하와이주의 사전투표수는 이미 지난 대선 총 투표자 수를 넘었다. CNN은 워싱턴DC와 35개 주는 지난 대선 총 투표자 수의 절반을 넘었고, 여기에는 플로리다,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위스콘신 등 주요 경합주와 텍사스, 조지아, 네바다, 콜로라도, 메인, 아이오와, 미네소타, 네브래스카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각 당이 취합된 20개 주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사전투표 비율은 민주당 지지자가 45.9%, 공화당 지지자가 30.2%로 나타났으나 플로리다를 포함한 10개 주의 조기 현장 투표에서는 공화당 지지자가 41.8%로 민주당 지지자 35.7%를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AP통신은 민주당 지지자의 사전투표가 높다고 해서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해서 반드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아니며, 선거 당일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보다 투표소를 더 많이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이 유리한 상황에 전체 투표율이 낮게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해진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선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는 “(이런 경우) 트럼프 캠프가 이기려면 선거 당일 더 큰 규모로 민주당에 앞서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재영·국기연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