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이춘재… 34년 만의 일반 공개

법원 “피고인 아닌 증인” 이유로 촬영 불허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알려진 이춘재.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춘재(56)가 2일 오후 법정에 출석한다. 3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씨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가 맡은 이 사건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에 관해 증언할 예정이다. 1988년 발생한 이춘재 8차 사건은 ‘진범 논란’을 일으킨 사건으로, 진범은 이씨이나 사건 이듬해 윤성여(53)씨가 범인으로 검거돼 억울하게 20년을 복역해야 했다. 재판부는 이번 논란의 결정적 증거인 현장 체모가 30년 세월이 흐른 탓에 DNA가 손상돼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오자 지난 9월 이씨를 직접 법정에 부르기로 결정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면 이씨가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경기 화성지역의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자신이라고 자백하고 신상정보가 공개된 뒤 처음으로 일반에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가 된다. 그러나 법원의 불허 결정으로 이씨의 얼굴 촬영 및 공개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공판에서 이씨가 피고인이 아닌 증인의 지위에 불과하다며 촬영을 불허했다.

 

법원조직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거나 피고인의 동의가 있을 때는 공판 개시 전이나 판결 선고 시에 법정 내 촬영을 허가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이씨는 증인 신분이어서 공판 시작 후 재판장이 이름을 부르면 방청석 등에서 증인석으로 나오는 절차로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공판 개시 전’에 촬영을 허가한다는 규정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법원은 이씨의 증언 모습과 내용 등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것을 고려해 기존 법정 외에 중계법정을 추가로 이용해 최대한 많은 방청객이 이씨의 증언을 방청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발생했다. 박씨의 당시 13세 딸이 성폭행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이후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윤씨는 지난해에야 누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 이씨가 범행을 자백한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모두 이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법원은 그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