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하는 넷플릭스… 지상파도 유통망 ‘묻어가기’

국내 점유율·확장세 주목
코로나로 대면·대외활동 제약받자
콘텐츠 유통 온라인 플랫폼 급성장
‘킹덤’ 등 자체 콘텐츠로 입지 확대
아직 플랫폼 자리 못잡은 방송사들
자사 콘텐츠 울며 겨자먹기식 공급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상파 채널까지 넷플릭스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 ‘웨이브’가 아직 유통 채널로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의 국내 점유와 확장세가 무섭다. 자체 제작 콘텐츠로 이름을 알린 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 케이블 채널을 비롯해 지상파 채널 프로그램까지 유통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 채널은 넷플릭스와 비슷한 지상파 통합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경쟁업체’인 넷플릭스에 자사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자사 플랫폼이 아직은 넷플릭스와 같은 영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입지를 다지고 있던 넷플릭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급격히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대면·대외활동이 제약을 받게 됨에 따라, 비대면·온라인 활동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문화계도 발 빠르게 변신 중이다. 가요계에서는 온라인 콘서트라는 새로운 공연 방식을 내놨고, 방송가에서는 유튜브, 네이버TV 등을 활용해 웹드라마, 웹예능 등을 만들고 있다. 대중문화계가 코로나19의 돌파구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콘텐츠를 유통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1997년 미국 비디오·DVD 대여점에서 시작해 현재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 국가와 유럽, 북미, 남미, 심지어 아랍권까지 190여개 국가에 30여개 언어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S2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의 한 장면.

넷플릭스는 국내 도입 초기 영미권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을 즐겨 찾는 일부 시청자가 이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K좀비 사극 ‘킹덤’을 비롯해 한국 드라마를 직접 제작, 유통하면서 국내에서도 입지와 영역을 크게 넓혔다. 코로나19도 넷플릭스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외활동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를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집에서 하는 여가활동이 다양해지자 넷플릭스 이용률 또한 증가했다”며 “심지어 넷플릭스가 국내 영화관 미개봉작까지 유통하면서 이러한 흐름에 힘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넷플릭스 인기를 입증하듯, 국내 콘텐츠 제작 업체들은 잇달아 넷플릭스에 콘텐츠 유통을 맡기고 있다. 심지어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들까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내놨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tvN과 JTBC. tvN은 ‘아스달 연대기’와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을, JTBC는 ‘SKY캐슬’ ‘보좌관’ ‘부부의세계’ 등을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외에 서비스했다.

최근에는 지상파 채널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특히 지상파 채널은 자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wavve)를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사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유통 중이다. 앞서 지상파와 SKT는 지난해 9월 자사 플랫폼 ‘푹’(POOQ)과 ‘옥수수’(oksusu)를 통합해 ‘웨이브’를 출범시켰다.

2일 넷플릭스와 지상파 채널에 따르면 MBC ‘봄밤’ ‘신입사관 구해령’, KBS2 ‘동백꽃 필 무렵’, SBS ‘배가본드’는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을 포함해 영어권 지역에 서비스됐다. 이 가운데 ‘동백꽃 필 무렵’과 ‘배가본드’는 웨이브 발족 이후인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방영됐음에도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올해에는 SBS ‘하이에나’와 ‘더 킹: 영원의 군주’, KBS2 ‘도도솔솔라라솔’을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중이다. 정규방송 이후 국내는 물론 아시아, 영미권, 라틴아메리카, 아랍지역 등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지상파 채널이 콘텐츠 해외 유통에 넷플릭스를 활용하는 이유는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자사 플랫폼의 한계 때문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웨이브를 만들었지만, 현재 웨이브가 가진 해외 영향력이 넷플릭스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그 결과 해외 유통 창구로 넷플릭스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웨이브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때가 되면 지상파는 물론 다른 채널 콘텐츠도 웨이브를 통해 해외에 유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