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인정보보호위 역할과 과제

글로벌 데이터 기업들의 본산인 샌프란시스코. 이곳의 상징인 금문교는 교량건설의 역사적 기념비로 통한다. 설치공사 당시 열악한 작업여건 탓에 사상자가 속출하자,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안전그물’을 설치하여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현장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함으로써 최초 계획보다 빠르게 완공한 것이다. 안전 확보를 통한 문제 해결의 지혜는 거센 데이터라는 ‘바다’를 건널 안전한 ‘다리’를 찾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 변화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업들은 데이터 기반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세계 각국은 프라이버시 규범을 전면 개편 중이다. 보호 대상으로만 여겼던 개인정보 패러다임에 일대 전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산업적 ‘활용’이라는 두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다행히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가명정보 도입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독립성 강화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지난 8월 5일에는 통합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출범을 통해 ‘데이터 시대로의 힘찬 도약을 위한 디딤판’이 마련됐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보호위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산업계에서 가장 안전하게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보호위는 컨트롤타워로서 시민단체, 기업 등 이해관계자와 소통의 장을 열고 보호와 활용의 상생발전의 길을 찾고자 한다.



먼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보호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 제품·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개인정보가 보호되도록 개인정보 보호 중심 설계(Privacy by Design) 원칙을 도입하고 관련된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등 사전예방 체계를 강화할 것이다. 또한 민간기업 스스로 개인정보를 보호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국민들도 개인정보 보호 감수성을 높여 국민 스스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아울러, 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권리 신설과 분쟁 조정, 손해배상 책임 보장 등 제도의 실효성 강화로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두껍게 보호할 것이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보호 실태와 침해사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해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최근 보호위는 코로나19 대응 개인정보 처리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도 보호위는 국내외 사업자의 개인정보 보호 조치 이행 여부를 지속 점검해 국민들이 늘 안심하고 의지하는 개인정보 보호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다.

더불어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결해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지원할 것이다. AI·바이오, 드론 등 신기술 발전에 대응해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제시하고,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정비 필요성이 입증된 규제는 환경 변화에 맞게 개선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적정성 결정도 연내 완료해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 산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 육성하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할 것이다.

“자동차는 브레이크 덕분에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국민적 신뢰 없이 ‘활용’은 불가능하다. 보호위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안전한 활용 사이의 균형추이자 가드레일 역할을 통해 우리나라가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고, 잘 다루는 나라”가 되도록 선도할 것이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