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루 3700㎞ 유세 장정… 바이든, 이탈표 차단 ‘올인’ [2020 미국의 선택]

막판 표심 잡기 총력전
트럼프 남·북부 5개 주 찾아
밤늦게 도착한 플로리다 유세
“선거 당일 붉은 물결 보게 될 것”

바이든 “트럼프, 푸틴의 강아지
내 아내가 펜실베이니아 사람”
펜실베이니아 표심사수 안간힘
트럼프 행진 vs 바이든 드라이브 유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수백대의 캐러밴을 타고 행진하기 전 모여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같은 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드라이브인’ 행사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성원을 보내는 모습. 마이애미·필라델피아=AP·AF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이틀 앞둔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대선과 마찬가지로 경합주 5곳을 도는 강행군에 나섰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꼭 필요한 펜실베이니아주 유세를 통해 이탈표 차단에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집권하면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엄포’를 놨고,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가 바이러스”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의 책임론을 꺼내들고 공격했다. 두 후보 모두 흑인 표심을 자극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을 출발한 뒤 미시간과 아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플로리다 등 남·북부의 5개 주를 잇따라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방문지 플로리다에 밤늦게 도착하는 등 하루 동안 2300마일(약 3700㎞)가량을 이동했다.

그는 4년 전 대선일 이틀 전에도 5개주를 도는 강행군을 했다. 당시 아이오와, 미네소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주를 돌았는데, 미네소타와 버지니아주에서는 석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선거 당일 붉은 물결을 볼 것”이라며 “나는 선거일을 좋아한다. 여러분도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최대 사전투표에 맞먹는 당일 현장투표에 나서달라는 투표참여 독려다. 그는 바이든 후보를 향해 “그는 자신이 지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며 “급진 좌파인 바이든이 집권하면 경제를 무너뜨리고 부동산세처럼 내가 여러분에게 준 모든 것들이 끝장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흑인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그는 “바이든은 흑인 지지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바이든에게 수십 년간 배신당한 것에 대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전날 텍사스에서 민주당 유세 버스를 포위하며 위협한 데 대해 “어제 우리 사람들이 하는 것을 봤느냐. 그들은 어제 버스를 보호하고 있었다”며 이들을 향해 “멋지다”(nice)라고 했다. 앞서 그는 트위터를 통해 유세버스 위협 동영상을 리트윗하고 “나는 텍사스가 좋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마지막 날인 2일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4개 경합주에서 5번의 유세를 한다. 마지막 유세지는 2016년과 마찬가지로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AP연합뉴스

바이든 후보는 이날은 물론 마지막 날인 2일에도 펜실베이니아주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바이러스를 물리치려면 우리는 먼저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 그가 바이러스”라고 맹공했다. 이어 “트럼프는 푸틴의 강아지”라고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꼼짝도 못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도 흑인들의 지지를 갈구했다. 그는 “코로나19로 흑인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구조적 인종주의를 다룰 것이고 흑인 사회를 위한 진정한 경제적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 요인으로는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들이 클린턴 후보에 등을 돌리고 투표장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시 6대 경합주의 흑인 유권자들 가운데 200만명이 투표하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라도 투표장으로 끌어내야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도 이날 조지아주 유세로 흑인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조지아주는 1996년 대선 이래 줄곧 공화당 후보를 선택했지만 흑인층이 투표소에 많이 나와 주면 민주당에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우리는 변곡점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투표해야 한다”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이어 “내 메시지는 간단하다.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에서 핵심적이라는 것”이라며 “나는 델라웨어주에 살지만 펜실베이니아 사람이고, 필라델피아 여성과 결혼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 출신이고, 아내 질 바이든 여사는 필라델피아에서 자랐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 전날인 2일도 펜실베이니아로 향해 피츠버그 등지에서 유세할 예정이다. 최근에 그는 2016년 트럼프에게 넘어간 ‘러스트벨트’ 탈환에 집중해왔다. 4년 전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긴 지역에 러스트벨트 3개 주를 추가하면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