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은 한국축구의 유럽진출사에 기념비적인 시간으로 기록될 만하다. 손흥민(28·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넘어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발돋움하기 시작했고, 유망주에 불과했던 황희찬(24·라이프치히)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활약을 발판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강호 라이프치히에 입성했다. 황의조(28·보르도)와 이강인(19·발렌시아), 권창훈(26·프라이부르크) 등도 다소간의 부침 속에서도 빅리그에서 자신의 지분을 찾아가는 중이다. 여기에 황인범(24·루빈 카잔)이 러시아리그로 진출해 대활약을 펼치고 있고, 이재성(28)도 분데스리가2 홀슈타인 킬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는 등 1년 전과 비교하면 모든 선수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자연스럽게 국내 축구팬들은 이들이 대표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불행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파 속에 유럽파를 포함한 대표팀 완전체가 긴 시간 구성되지 못해 궁금증은 해소될 길이 없었다. 지난달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간의 스페셜매치가 열렸지만 이마저도 자가격리 등 현실적 문제로 유럽파들은 제외됐다.
마침내 손흥민, 황희찬 등 대표팀 에이스들을 총망라한 완전체가 출격하게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11월 A매치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달 스페셜매치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유럽파들이 합류해 뛸 수 있도록 유럽원정 평가전을 추진해 두 차례의 경기를 성사시켰다. 대표팀은 15일 오전 5시 멕시코와 비너 노이슈타트 슈타디온에서 대결하고, 17일 오후 10시 카타르와 BSFZ 아레나에서 상대한다.
이 경기에 나설 소집명단에는 손흥민, 황희찬을 비롯한 핵심 유럽파 7명이 포함됐다.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 이후 무려 1년 만의 대표팀 재승선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기본적으로 환경이 다르고 동료들과 함께 훈련할 시간도 부족하기에 소속팀 활약과 대표팀 활약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매우 좋다. 황희찬도 새로운 팀에서의 주전 경쟁이 쉽지는 않지만 대표팀에는 분명 도움이 되는 선수다”라면서 기대감을 표했다.
유럽파와 함께 역시 그동안 대표팀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김민재(24·베이징 궈안), 박지수(26·광저우 헝다) 등 중국파와 남태희(29), 정우영(31·이상 알사드), 김진수(28·알나스르) 등 중동파도 합류했다. 여기에 조현우(29), 홍철(30), 김태환(31·이상 울산), 손준호(28·전북), 나상호(26·성남), 김문환(24·부산) 등 K리그 정상급 스타들이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유럽파들과 함께 경기에 나선다.
벤투 감독이 최근 적극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는 ‘젊은 피’들이 이런 스타들과 호흡을 맞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이번 원정의 관심거리다. 원두재(23·울산), 이동준(23·부산)이 지난달 스페셜매치에 이어 또 한 번 대표팀에 승선했고 정태욱(23·대구), 엄원상(21·광주), 윤종규(22·서울)도 대표팀 데뷔를 눈앞에 두게 됐다. 벤투 감독은 “올해처럼 A매치 기회가 없었던 때에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살렸으면 싶다”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