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가 교화목적으로 운영돼야”… ‘수감자의 삶’ 소개한 이춘재

“저로 인해 죽은 피해자들의 영면을 빈다” 사과도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춘재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화성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춘재(56)가 지난 26년간 부산교도소에서의 삶을 소개했다.

 

이씨는 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의 복역 생활에 대한 질문에 “복역 기간 동안 외부 봉사활동을 나간 적이 있다”, “교도소에서 징벌을 받은 적이 없다”, “가족의 면회 또는 전화통화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했으나 범행 자백 후 한 차례도 못하고 있다” 등 답변을 내놨다.

 

이씨는 26년간 복역하면서 ‘모범수’가 됐고 작업반장, 반장 역할을 맡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도소가 교화 목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씨는 자신의 범행을 경찰에 자백하게 된 계기에 대해 “경찰이 유전자 감식한 결과를 가지고 와서 조사를 했는데, 첫날은 진술하지 않았다”며 “그 다음에 형사인줄 알았던 여성 프로파일러가 진실을 이야기 해달라고 해 자백하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당시 여성 프로파일러의 손을 만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손이 예뻐서 그랬다”며 “얼굴이나 몸매는 보지 않는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고 말했다.

 

이씨는 법정에서 윤씨와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모든 일이 제자리로 돌아가서 (윤씨의) 앞으로의 삶이 더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저로 인해 죽은 피해자들의 영면을 빌며 유가족과 사건 관련자 모두에게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제가 이 자리에서 증언하는 것도 작은 위로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마음의 평안을 조금이라도 얻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화성 8차 살인사건 재심 공판이 열리는 법정 모습. 연합뉴스

그는 이날 “내가 진범”이라며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그런 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이씨가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14건의 살인(처제 살인 제외)과 30여건의 성범죄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