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정진웅 독직폭행 공소장 비공개… 고무줄 잣대 논란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오른쪽). 연합뉴스

법무부가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공소장 공개를 거부해 공소장 비공개 방침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앞선 국정감사에서 각종 피의사실에 대해 단정한 것과 비교해 법무부가 사안마다 고무줄 잣대를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정 차장검사의 공소장 공개를 요청한 데에 대해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건관계인의 사생활과 명예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아래와 같이 공소사실의 요지를 제출함을 양해해 달라”고 대응했다. 검찰이 공소장 원본을 법무부에 보냈음에도, 법무부가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어 “2020. 7. 29. 11:20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피해자 OOO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 중 소파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팔과 어깨 등을 잡고 소파 아래로 밀어 누르는 등 폭행을 가하여 피해자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게 함”이라는 짤막한 공소사실 요지만 의원실에 제출했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비공개하면서 인권보호를 이유로 공소장 공개를 거부하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등 각종 사건에 대한 공소장이 법무부를 통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 달리 추 장관은 지난 22일 종합국정감사에서 본인이 세운 원칙을 무시하고 일부 사건에 대한 피의사실을 공표했다. 이를 두고 법무부가 공소장 비공개 방침의 배경이 된 인권 침해 방지 원칙을 사건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추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룸살롱 접대’ 진술 내용을 공개한 것에 더해 “감찰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고 단정하는가 하면 “고액 향응을 받은 검사가 수사팀장으로 투입됐다”고 단언했다. 추 장관은 라임 사건을 “특수 라인이 사건을 밀어주고 봐주거나 매장하거나 뇌물성 대가를 주고받고 한 게 사건의 본질”이라며 예단하기도 했다.

 

수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추 장관이 선택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 국면에서 이 사건이 추 장관에게 유리한 사건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추 장관은 라임 사건과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장이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며 야권 정치인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하는 등 짜 맞추기 수사를 했다고 의심하며 윤 총장에 대한 공격 소재로 삼았다.

 

반면, 법무부가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은 정 차장검사 독직폭행은 추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까지 내린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사건 중 정 차장검사가 피해자를 폭행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수사를 벌인 것이 돼 불리하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최측근인 한 검사장과 언론과의 유착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며 윤 총장의 지휘 감독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바 있다.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이나 ‘윤 의원과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등도 모두 현 정권 인사과 여권 정치인 등이 연루된 사건으로 추 장관에겐 달갑지 않은 사건이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세운 공소장 비공개 원칙은 모든 사건 관계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지 검사라거나 윤 총장 측근이라고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며 “법무부가 모든 사안에 대해 일관성을 지켜야 공소장 비공개 방침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