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우편투표율에도 무효표 비율 낮아”… 바이든 유리해지나

美 역사상 우편투표 가장 많이 진행
통상 민주당 지지자들이 우편투표 선호해
이번 선거 사표 줄어… 증가 추세 '반전'
흑인·젊은 층 표 집계 확률 높아… 바이든 유리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플린트=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투표 날이 밝은 가운데 사전에 진행된 우편투표에서 무효표 비율이 이전 선거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안으로 미 선거 역사상 우편투표(6289만여명)가 가장 많이 진행돼 무효표도 덩달아 늘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막상 개표를 해본 결과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민주당 지지자들이 우편투표를 선호하는 만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조지아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에서 초기 개표된 6만여개의 우편투표 중 무효표로 판명된 건 278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헤네핀 카운티는 지난주 기준 32만5000여표 중 무효표가 2080표에 그쳤다. 또 켄터키 중의 경우 우편투표 47만4000여표 중 부정확한 투표는 1300개로 집계됐는데, 지난 6월 민주당 경선 당시 무효표(1500개)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줄어들었다. 또 경합주 중 한 곳인 플로리다는 2018년 중간선거 당시 사표 처리된 우편투표가 1.3%에 달했지만 2일 현재 무효표는 0.3%로 조사됐다. 이런 무효표는 다시 유권자에게 발송돼 투표가 새롭게 진행된다.

 

이런 결과는 최근 사표가 늘어나고 있던 미국 선거의 최근 추세가 반전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 2016년 대선 등 선거에서 31만9000표 정도가 사표로 집계됐는데 올해 대선 후보 경선에서만 55만여표가 사표 처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주 정부의 노력과 유권자의 높은 관심도가 사표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네소타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보증인이 필요하다는 조항을 없앴고, 켄터키에서는 서명이 잘못된 표가 나올 경우를 대비, 1시간 안에 다시 유권자에게 연락해 재투표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대선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싶은 유권자들이 우편투표와 관련한 주의사항을 주의 깊게 살펴 스스로 사표를 방지하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합주의 결과가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중요해진 이번 대선에서 사표가 줄어들고 있다는 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측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우편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중 48%가 민주당, 26.8%가 공화당 성향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사표가 준다는 건 백인보다 흑인, 젊은층 유권자의 표가 집계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해 바이든 측에 유리한 요소다. 실제 플로리다의 경우 백인에 비해 흑인 유권자의 우편투표 사표 비율이 2배 정도 높았고, 18~23세 젊은 층의 사표 비율이 65세 이상 노인층 대비 4배 높았는데, 유색인종과 흑인은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에 투표할 확률이 높다. 다만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일부 경합주는 투표일 이전에 우편투표를 미리 개표하지 않아 무효표를 낮추는 절차를 밟지 못할 수도 있다.

 

데이비드 벡커 선거개혁 연구센터장은 “역대급 우편투표에도 낮은 사표율을 보이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큰 성취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