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는 4일 미국의 대통령 선거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이번 대선이 박빙 양상으로 전개된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련 메시지를 가다듬었다. 청와대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되는 대로 축전을 보낼 예정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르면 8일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두 후보 중 한 명이 불복하거나 선거 결과를 사법부로 가져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여러 경우의 수를 검토했다. 외교부도 최종건 제1차관이 이끄는 태스크포스(TF)가 종일 미국 대선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한 달 가까이 미국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시 이날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후보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대응방안을 묻는 말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해 놨다”며 “(트럼프와 바이든 양쪽 모두 우리측 대응방안이) 상당량이 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과는 이제껏 많은 논의를 해와 공조의 기반이 있다. 또 민주당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한국 정부와 민주당 사이에는) 많은 협력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대선 결과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급변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미국의 국익을 위해 행동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입장에선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사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체계적이기 때문에 설사 민주당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판단이다. 서 실장은 “(미국) 민주당 정권이나 공화당 정권이나 우리 정부에 있어 항상 일관된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기본적인 목표는 같고 접근 방법에서만 차별화가 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실장은 미국 대선 상황 급변으로 국정감사 도중 청와대로 급거 복귀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도 내심에선 후보별 유불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대북정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기존의 ‘톱 다운’ 형태의 북·미 정상대화 가능성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기존의 정상외교 결과물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북·미관계는 조정기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전임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며 북·미 대화에 소극적이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기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한·미의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우리나라를 포함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확대 개편하는 방안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 분야는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무역적자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그 연장 선상에서 우리나라를 겨냥한 거친 발언도 종종 내놨다. 바이든 후보가 속한 민주당은 세계무역질서에 대한 존중을 내세우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로선 안심이 되는 측면이 있으면서도 미국 측이 우리 기업에 더욱 ‘깐깐하게’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걱정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현준·홍주형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