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5일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지었다.
대법원이 내린 무죄의 의미는 뭘까? 고유정이 범인이 아니라는 뜻일까? 그렇다면 진범을 국가기관에서 찾는 수사를 다시 해야 한다. 숨진 의붓아들은 자연사가 아니라 분명 타살이라고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확정한 의붓아들 살인사건 무죄의 의미는 고유정이 범인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형사 사건에서 요구되는 ‘합리적 의심을 넘어 고도의 개연성’에 이르는 정도의 확신이 없어 유죄로 할 수 없어 무죄라는 판결이다. 만일 민사 사건에서 요구되는 입증 정도라면 고유정은 유죄가 선고됐을 수도 있었다. 형사 사건에서 요구되는 입증이 안 돼 무죄가 된 셈이다.
재판부는 이날 “의붓아들이 고유정의 고의에 의한 압박 행위가 아닌 함께 잠을 자던 아버지에 의해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설령 의붓아들이 고의에 의한 압박으로 사망했다고 해도 그 압박 행위를 피고인(고유정)이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 원인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검찰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처럼 형사 사건에서는 고유정이 범인이 아닐지 몰라도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달리 판단된다. 앞서 경찰도 의붓아들에 대한 국과수의 약물 감정 결과와 범행 전후 고유정의 행적,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의 수사자료 분석, 전문가 의견 등 다수의 정황 증거를 토대로 살인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다수의 프로파일러와 전문가는 고유정이 의붓아들과 전 남편을 새 결혼생활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차례로 살해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사건을 담당한 충북경찰청 관계자가 이날 선고 후 “범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나온다면 재심 신청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는 어려울 것 같다”고 언론에 밝혔다는데, 형사소송법에 대한 고찰 없이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의붓아들 살인사건은 대법원의 이번 무죄 확정으로 고유정을 상대로는 더는 유·무죄를 다툴 수 없는 형사법적 절차가 없다. 재심이 불가능한 탓이다. 이 형사 사건과 관련해 고유정은 영원히 무죄다. 유죄로 변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420조에서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재심을 통해 유죄를 받은 이를 무죄로 할 수 있어도 무죄를 유죄로 돌릴 수 없다.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무죄는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과 입증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검찰이 빚어낸 결과다. 이로써 타살임에도 누구에게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억울한 죽음이 된 셈이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무참하게 훼손된 전 남편 죽음의 흔적도 못 찾고, 의붓아들 살인사건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이 현실은 누구의 잘못일까?
앞으로 형사 절차를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 수많은 현안이 놓여있다. 이를 통해 경찰의 수사 역량을 높이고, 검찰의 공소유지 능력을 키워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