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우편투표 수천장 누락 확인… 트럼프 주장 힘 실리나

‘격전지’ 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서
캘리포니아주 산타아나에 있는 오렌지카운티 유권자 등록센터에 처리 작업을 대기 중인 우편투표용지를 담은 연방우체국 상자들이 쌓여 있다. 산타아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州)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사전 우편투표용지 수천 장이 분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는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주들이다. 이번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문제삼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우체국(USPS)의 자체 조사 결과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우편투표용지 4200여장이 분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USPS는 이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서 에밋 설리번 판사의 심리로 속개된 재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료를 제출하면서 “직원들이 일부 우편투표의 봉투 스캔 작업을 빠뜨렸을 수 있다”고 분실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의 우편투표용지 약 1700장이 전날 우편물 집하장 3곳에서 확인돼 개표소에 긴급 배송됐다고 한 외신은 전했다.

 

이뿐 아니라 선거일이 지나 각 주 개표소에 도착한 우편투표용지도 15만여장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USPS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선거일(지난 3일)을 하루 넘긴 지난 4일 하루 미국 전역에서 약 15만장의 우편투표용지가 해당 개표소에 최종 도착했다. 일부 주에서는 선거 당일 도착분까지 유효표로 인정하는 만큼, 이 같은 배달 지연으로 일부 표가 무효표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USPS이 자료만으로는 이런 무효표의 수를 파악하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USPS의 데이비드 파튼하이머 대변인은 이와 관련, “우체국은 시스템에 취합된 모든 우편물을 배달할 법정 의무가 있다”며 “의문이 제기된 우편투표용지의 97%가 규정에 따라 제시간에 배달됐다”고 해명했다. 반면 이번 소송을 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측 변호인은 “배달 지연으로 집계되지 않은 우편투표용지 한 장 한 장이 우리의 민주주의에 반영되지 않은 목소리”라며 “모든 표가 개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USPS가 사전 우편투표용지를 신속히 배달할 수 있는 데도 관련 규정과 장비를 개선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참정권 행사를 방해했다며 NAACP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 절차의 불투명성을 문제삼으며 우편투표를 개표 결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전 우편투표는 대체로 바이든 후보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번 투표용지 분실로 트럼프 대통령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6일 현재까진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 알링턴·윌밍턴=AFP·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번 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대규모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우편투표가 집계되면서 득표율에서 역전당한 주들에 대해 개표 중단 혹은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다가 바이든 후보에게 따라잡혔거나 뒤집힌 주는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 미시간(〃16명), 조지아(〃16명), 위스콘신(〃 10명), 네바다(〃 6명) 등 다섯 곳이다. 이 가운데 펜실베이니아는 주대법원이 우편투표 마감 시한을 대선일 이후 사흘(6일)까지로 인정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