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대선 개표 5일째인 7일 오전 11시24분(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8일 오전 1시24분) CNN방송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3번의 도전 끝에 미국의 4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선언했다. 이어 AP통신과 폭스뉴스 등 다른 언론들도 바이든 당선 사실을 앞다퉈 알렸다. 바이든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에서 3만4243표 차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 남은 표를 모두 집계해도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3일 오후 6시부터 90시간가량 이어진 마라톤 개표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위스콘신(선거인단 10명)·미시간(16명)·펜실베이니아(20명) 등 ‘러스트벨트’ 표심이 만들어낸 바이든의 역전극이었다.
◆4일 새벽, ‘러스트벨트’의 대역전…“바이든, 위스콘신·미시간 통해 승기 잡아”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에서 10∼20%포인트 차로 여유 있게 앞서갔다. 그러다 4일 오전 6시 위스콘신에서 바이든 후보가 0.3%포인트 차로 역전했고, 오전 7시 미시간도 0.9%포인트 차로 따라잡으면서 초접전 양상으로 만들었다. 우편투표가 늦게 개표됐고, 민주당 지지가 두터운 도시 지역 우편함이 새벽에 한꺼번에 열린 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싹쓸이한 러스트벨트는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지나친 자신감에 이 지역을 경시했다가 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란 깃발’이 꽂힌 미시간과 위스콘신뿐만 아니라 최후의 일격이 된 펜실베이니아 선거결과도 문제 삼아 연방대법원으로 끌고 갈 생각이다.
◆5∼6일 ‘운명의 땅’ 네바다·조지아 거쳐 7일 펜실베이니아에서 결판
바이든 후보는 4일까지 선거인단 264명을 확보, 당선을 위한 ‘매직넘버(270명)’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214명을 확보한 상태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의 수는 단 하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16명), 네바다(6명) 중 한 군데에서만 이기면 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주에서 모두 이겨야 재선에 성공하는 상황이었다.
5일 오후까지 네바다가 ‘마지막 퍼즐’로 주목받았다. 네바다는 2016년을 포함해 최근 3번의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준 곳이다. 추가 개표에도 확정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시선은 조지아(16명)로 옮겨갔다. 조지아는 1992년 빌 클린턴을 마지막으로 공화당 후보가 줄곧 승리한 곳이다. 바이든이 적진에서 깃발을 꽂으면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격이었다. 6일 조지아 일부 지역에서 개표가 중단되면서 바이든의 당선 확정은 또 미뤄졌다. 바이든 후보 측은 당초 6일 오후 8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연기하고 오후 10시45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이긴다. 이제는 하나가 될 때”라고만 했다. 개표가 시작되고 4번째 연설이었다. 폭스뉴스는 “승리 축하를 위한 불꽃놀이를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7일 오전 11시24분 최대 경합지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90시간의 피말리는 개표전이 막을 내렸다. 바이든은 당선인으로서 “미국을 이끌도록 선택해줘 영광”이라며 자신을 찍었든 그렇지 않든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