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소식에 미국과 전통적인 우호 관계의 지도자들은 민주주의를 강화할 기회라며 축하의 메시지를 내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에 안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보이던 국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가장 압박을 많이 받은 중국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바이든 행정부 체제에서 대미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대응 전략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2035년 국내총생산(GDP)을 작년과 비교해 2배로 키우는 등 미국과 패권 경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양국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의 최대 위협’이라고 평한 러시아의 하원(국가두마)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레오니드 슬루츠키는 “불행하게도 러시아에 관해서는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 양국의 관계가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트위터에 “미국 상황과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선거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연극”이라면서 “이는 자유 민주주의의 꼴사나운 모습의 본보기”라고 꼬집었다.
아시아와 유럽 등 미국과 친분을 유지해 온 국가에선 바이든 승리 소식에 일제히 축하의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던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기다렸다는 듯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과 향후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우리 대서양 양안의 우정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미국 의회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도전들을 함께 해결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였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며 “기후변화에서 무역, 안보에 이르기까지 공유된 우선순위에 관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특별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두 분과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선언된 지 약 12시간 만에 성명을 낸 것은 이스라엘에 편향적인 정책을 낸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