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정신 회복 … 통합하는 대통령 되겠다” [美 대선 바이든 승리]

일성서 단합 강조… “상대방을 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이 나라 근간 재건… 다시 전세계서 존경받게 할 것”
트럼프 “안 끝났다” 불복… 당선인 확정까지 혼란 예상
승리의 세리머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을 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윌밍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3 대선 승리를 선언하며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가진 15분가량의 승리 연설에서 “나는 미국의 정신을 회복시키고 이 나라의 근간을 재건할 것”이라며 “미국이 전세계로부터 다시 존경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대선 승리가 확정되면서 1988년, 2008년에 이어 세 번째 대권 도전 끝에 미국의 4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내년 1월 20일 취임하면 만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이들의 실망을 이해한다면서 “앞으로 나아가자. 우리는 상대방을 적으로 대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그들은 미국인”라는 것이다. 이어 “이제는 냉혹한 미사여구는 접어두고 서로 침착해지고, 서로를 다시 바라보고, 서로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야 할 때”라며 “나는 민주당원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통치하겠다”고 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정당을 뛰어넘어 협력해야 하며 이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못 박았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위한 청사진을 마련할 전문가 그룹을 오는 9일 임명하겠다면서 전염병 팬데믹(대유행)에 강력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미 대선은 지난 3일 치러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전투표 급증과 각 주별로 상이한 선거규칙 등으로 개표가 시작된 지 90시간이 지나서야 바이든 후보의 당선 사실이 전파를 탔다. CNN방송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이날 오전 11시 24분 “조 바이든이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긴급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바이든이 격차를 더 벌렸고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표로 역전할 수 없다고 CNN은 밝혔다. 이어 AP통신이 2분 뒤 “바이든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했다.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보도하며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호칭했다. 바이든의 승리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 부통령에 오르게 됐다. 아시아계 출신 부통령도 처음이다. 영국 로이터, 프랑스 AFP, 러시아 타스, 중국 신화, 일본 교도 등 해외 주요 통신·방송·신문도 미 언론을 인용해 바이든 당선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불복 의사를 거듭 밝히며 반발했다. 당선인 공식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면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선거가 전혀 끝나지 않았다는 게 단순한 팩트”라며 “바이든 후보가 서둘러 거짓 승자 행세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번 선거가 조작됐다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미 상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상원에선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