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부정 선거”… 트럼프, 소송으로 항전 태세 [美대선 바이든 승리]

소송 연방대법원 가면 유리 판단
캠프에선 주전·항복론 팽팽히 맞서
지방법원 심리에서 기각 가능성
일각 “승복선언 못하는 것” 분석도
면책특권 잃어 퇴임뒤 줄소송 부담
침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소식을 전해듣고 ‘미국을 위대하게’라고 적힌 흰색 모자에 운동복 차림으로 백악관에 복귀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본인 소유의 골프장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 보도 소식을 접했다. 그는 발끈하며 “이번 선거는 전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둘러 백악관에 복귀하는 트럼프에게는 시민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가 끝난 지 나흘 지난 이날까지 여전히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전으로 승리를 쟁취하려는 결사항전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캠프에서도 현재 주전론과 항복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과 자녀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 핵심 측근은 주전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의 참모진 중 일부는 서둘러 명예로운 퇴장을 하자고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조작 소송을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가면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그가 지명한 대법관 3명을 포함한 보수파 6명, 진보파 3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관련 소송은 지방법원의 심리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기각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부분적으로 법정 싸움에서 이겨도 바이든 당선인과의 득표 차이가 커 승자가 바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선언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퇴임 후 줄소송을 앞둔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은 트럼프가 내년 1월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면책특권을 잃으면 각종 검찰 수사와 소송 등을 “대통령이라는 방패막이 없이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의혹 수사와 탈세, 명예훼손 등 각종 소송을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막거나 미룬 상태다. 뉴욕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주장한 여성 2명의 입을 막기 위해 거액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 납세, 보험 사기 의혹으로까지 확대된 상태다. 맨해튼 지검이 지난해 8월 트럼프 개인과 트럼프 그룹의 8년 치 납세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들어 거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새로 들어설 바이든 정부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NYT의 트럼프 대통령 납세 관련 의혹 제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정부로부터 탈세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NYT는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의 20년 치 소득신고 자료를 토대로 그가 2016년과 2017년 연방소득세로 각각 750달러(약 84만원)만 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엔 차남 에릭 트럼프가 원격으로 관련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성추문을 둘러싼 명예훼손 소송들도 트럼프 대통령 앞에 쌓여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까지 ‘무자비한 레임덕’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 1월 신임 대통령 취임까지 내키는 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조성민 기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