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 특수활동비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하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9일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찍어내기 명분 쌓기용”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만일 법무부의 수장으로 증빙서류 없는 예산 사용을 바로잡겠다는 순수한 의지의 표명이라면 장관 특활비부터 당당하게 공개하는 것이 먼저 아니겠느냐”며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찾아다니니 누가 공감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인 장관만 문제가 아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진 무려 444건에 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탈원전 증거서류 인멸은 공직기강 파괴를 넘어 국정농단”이라며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그 윗선을 반드시 찾아내서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엄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이어 “이런 범죄를 파헤치겠다는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여당 대표는 비리 옹호자인가. 자격 없는 최순실이 국정에 관여했다고 분노했던 분들이 공무원과 그 윗선의 이런 범죄는 왜 싸고도느냐”며 “여당의 도가 지나친 이율배반과 내로남불이 절정에 달해 이제는 자기부정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또한 “가덕도 신공항 사전 용역비 논란도 법이고 절차고 필요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마음대로 안되니까 공직자에게 쌍욕을 해대고 불러서 윽박지르려고 하나. 힘으로 원칙과 절차를 파괴하고, 그래도 안 되면 욕하고 윽박지르는 것이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이냐”고 말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사정기관을 사병화하고, 감사원을 무력화하고, 의회를 통법부로 만들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기본인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독재정권의 초기 단계이자 유사 독재정권의 모습”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검에서 84억원을, 올해는 94억원을 일괄 수령해 그에 대해 임의로 집행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는 2020년 약 94억원으로 검찰 일반사업비(3207억 원)의 3%가량을 차지하며 2021년도 예산안으로는 약 84억원이 제출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영수증이 없느냐”고 하자 추 장관은 “(수령 후) 나중에 돈을 쓰고서 거기에 대한 지출내역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한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썼는지는 법무부에 보고를 하지 않아서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어디에 쓸지 누가 결정하느냐’는 김 의원 질문에는 “검찰총장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논의 과정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김 의원은 이에 “윤 총장이 대선에 나가느니 마느니 하는데 대선후보가 대선을 1년 앞두고 84억원의 현금을 영수증 없이 집행한다”며 “개인 돈도 선거법에 걸릴 수 있는데 이건 국가 예산이다. 정치와 관계없이 (사용)한다는 보장을 대한민국에서 누가 해줘야 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추 장관은 “현재로서는 루프홀(loofhole·법률이나 제도상 허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우려(국가 예산의 유용)는 사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 않느냐”며 “근본적으로 세금으로 책정되는 예산인데 앞으로 구체적인 집행내역을 정기적으로 보고 받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추 장관은 또 “시대에 안 맞는다. 대검에만 구시대 유물처럼 남아 있다”며 “이 부분을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대검찰청뿐 아니라 추 장관이 소속된 법무부의 특활비 검증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성명서를 통해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지시는 위법”이라면서 “추 장관의 특활비 내역도 명명백백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