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주(駐)스위스 대사로 기용한 목표가 ‘남북 스포츠 교류 활성화’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애초 외교부는 ‘관광대국 스위스와의 관광 교류 활성화’가 노 전 차관의 특임대사 발탁 이유인 것처럼 설명했지만, 실은 노 대사가 체육 전문가이고 스위스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음이 명확해졌다.
1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노 대사 등 신임 대사 10명을 불러 신임장을 수여했다. 노 대사 외에도 문재인정부 청와대 초대 인사수석을 지낸 조현옥 주독일 대사, 유대종 주프랑스 대사, 추규호 주교황청 대사 등이 함께 신임장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특별히 노 대사에게 “IOC와의 좋은 인연을 잘 살려서 도쿄올림픽 (개막식) 남북 동반 입장,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 등을 잘 협의해달라”며 “올림픽이 세계평화의 대제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길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IOC와의 좋은 인연’이라는 대목은 노 대사가 체육, 특히 국제체육 분야의 전문가란 점을 강조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체육계 등에 따르면 노 대사는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에 입문한 뒤 체육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왔다. 문체부에서 국제체육과장(2003년 7월∼2005년 8월)과 체육국장(2012년 2월∼2013년 8월)을 지낸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문체부 2차관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당시 한국과 북한은 여자 아이스하키 등 종목에서 단일 팀을 내보냈는데 노 대사는 주무부처 차관으로서 이를 진두지휘했다. 올림픽 기간 방한한 토마스 바흐 위원장 등 IOC 요인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올림픽 일정을 차질없이 수행한 것도 그의 성과였다.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은 세계 스포츠 외교의 총본산으로 꼽히는 곳인데 이번에 노 대사가 바로 그 스위스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가 된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오는 2032년 올림픽을 남북이 서울과 평양에서 공동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언급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한 해 늦춰진 내년 도쿄올림픽 개막식 때 남북한이 공동 입장하는 것도 현 정부의 주된 관심사다.
남북의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도, 또 2021년 도쿄올림픽 공동 입장도 모두 IOC의 결단과 지원이 없이는 힘든 일이다. 문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스위스로 부임하는 노 대사가 세계 스포츠 외교 최고의 무대에서 과연 이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