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한·미 간 군사 현안이 어떤 식으로 조율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진통을 겪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필두로 주한미군 감축 여부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이 거론된다.
동맹과의 관계를 거래의 대상으로 여겼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동맹 및 파트너와의 공조를 통한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주창한 만큼 어그러진 군사 현안들도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미군 감축 대신 ‘전략적 유연성’ 강조하는 쪽으로
바이든은 지난달 29일 한 국내 언론 기고에서 “대통령으로서 나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extort)하기보다는,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 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도 지난달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나 중대한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정부 내내 한국을 압박했던 ‘주한미군 감축’ 이슈가 일단 수그러들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최 부원장은 “주한미군 감축은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낮다”며 “동맹 관계의 회복을 기치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주한미군 전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리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원칙에 따라 주한미군 병력 규모를 일부 조정할 가능성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 등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 병력의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해 왔다. 최근 한·미가 발표한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전작권 전환과 사드 문제
전작권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문재인정부 임기 내는 물론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조속한 시일 내’ 전환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군의 준비가 덜 됐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치는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실시했어야 할 전작권 전환을 위한 2단계 검증훈련(총 3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치지 못했다.
최 부원장은 “전작권 전환은 한·미 양국이 합의에 의해 추진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조기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 경시’로 갈등을 유발했다면 이 문제를 두고서는 오히려 한국발 동맹의 파열음이 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급부상하는 중국 견제 차원에서 바이든 정부도 중국 압박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서 향후 전작권 전환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드 운용도 마찬가지다. 비용 문제로 사드 정식 배치와 운용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 행정부를 계승한 바이든 당선인은 주한미군 보호와 중국 견제 차원에서 우리 정부에 성능 개량 압박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