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000여명에 달했던 의무경찰(의경)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담당하던 경찰서 방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민원인의 방문이 잦은 경찰서에는 의경을 대체할 신규 인력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방호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회예산처의 2021년도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보면 내년도 의경대체지원 사업 예산은 563억9600만원이 책정돼 전년 대비 72억2300만원(11.4%) 줄었다. 경찰은 의경 인원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출입통제시설을 무인화하는 사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청사 방호 의경 철수 계획에 따르면 경찰청 및 지방청에 투입된 의경 인력은 오는 12월까지 모두 철수된다. 그 외 전국 255개 경찰서에서 청사 방호 업무를 하는 2550명도 내년 7월까지 1510명으로 줄고, 같은 해 12월에는 모두 철수될 예정이다. 의경 인력이 대폭 줄면서 경찰청·지방청에는 새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255개 일선 경찰서에 대해서는 관련 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2만5000여명 규모로 유지되던 의경 인력을 단계적으로 줄여 2023년 상반기에는 모두 폐지할 계획이다. 현역 병역자원 감소에 따른 결정이지만 이를 대체할 적정 수준의 경찰 인력 확보에 대한 우려가 지속해 왔다. 경찰은 의경 중대와 112 타격대(경찰서 보초 근무) 등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경찰관 부대를 새로 창설하는 등 대체 인력을 마련하고 초소를 무인화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해안 경계의 경우 열영상감지장비를 설치해 해안초소를 무인화하는 사업도 내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체 인력은 기존 의경의 30% 수준에 불과하고 일선 경찰서의 경우 무인 차단기나 안전 펜스 등 출입통제시설로만 민원인 등의 출입을 관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경찰은 기존 공무직을 1명씩 방호 인력에 배정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서별로 당직자나 내근직을 세워서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며 “인력 대체와 병행해 민원인이 경찰서 내부에 들어가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 안내 부스를 확대하고 펜스를 더 정교하게 치는 등 시설 경비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인력을 활용하게 되면 치안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수진 국회 예산분석관은 “기존 경찰인력을 방호업무에 투입하면 치안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경찰서에도 방호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력 수급을 고려한 재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인력 충원이 어렵다면 IT(정보기술)를 활용한 기계화를 확대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인력 소모 없이도 보안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이 같은 예산안 내용을 포함한 제3차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진행됐다. 여야 의원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예결소위에서는 관련 예산을 205억1200만원 늘려 경찰청·서울청 20명, 지방청 112명, 전국 경찰서 1082명 등 총 1214명의 무기직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다만 본회의 심의 등 예산안·결산 심의 절차가 남은 만큼 실제 예산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