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인정 땐 조지아주 선거 ‘뻔한 게임’… 속속 트럼프 편으로 [막 오른 '바이든 시대']

美공화, 뒤늦게 트럼프 지지 왜
선거 박빙… 트럼프 지지층 필요
모두 뺏길 땐 민주당과 50대 50
공화 “소송은 정당한 권리” 두둔
당 소속 주법무장관 소송 지원
펜스도 침묵깨고 “끝나지 않아”
매코널 대표 “결과 인증 안 돼”
에스퍼 경질은 불복 의지 표명
반기 든 인사 대대적 숙청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대선 결과 불복 방침을 밝히기 위해 백악관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연설에 침묵을 지키던 공화당 지도부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소송을 지지하고 나선 배경은 ‘박빙’인 상원 선거와 연관 있을 것이라고 미 언론이 전했다. 미주리주의 에릭 슈미트 등 공화당 소속 주법무장관 10명이 소송 지원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고 싶은 공화당 입장에선 2석이 걸린 조지아의 결선투표가 끝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편투표는 사기”라는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으면서도 “소송은 정당한 권리”라고 두둔하고 나선 배경이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은 그의 권한이라면서 “분명 어떤 주에서도 아직 선거 결과를 인증하지 않았다”며 재검표를 진행하는 주가 1∼2개 있으며 적어도 5개주에서 법적 문제가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모든 합법적인 투표용지가 집계돼야 하고 불법적인 투표용지는 집계돼선 안 된다”면서 그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법원이 분쟁을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은 대선 승자를 결정할 헌법상 역할이 없다”면서도 ‘유권자 사기가 있었다’거나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펜스 부통령도 오랜 침묵을 깨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리고 이건 끝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우리는 모든 합법적인 투표가 집계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언론은 차기 대선을 노리는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하는 데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대선 이후로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매코널 대표와 펜스 부통령 등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상원선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전체 100석 가운데 50석을 얻어 민주당(48석)을 앞설 것으로 보이는 공화당은 내년 1월5일 열리는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나머지 2석까지 차지해 다수당 지위를 굳히고 싶어한다.

문제는 조지아주의 선거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은퇴한 조니 아이잭슨 의원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특별선거’에서는 민주당 라파엘 워녹 후보와 공화당 켈리 레플러 후보가 경쟁했는데, 워녹이 1위에 올랐지만 21명의 후보가 난립해 득표율이 30%대에 불과했다. ‘정규선거’에서는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 후보와 민주당 존 오소프 후보가 격돌했는데, 오소프 후보가 2.2%포인트 앞섰다.

조지아는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두 후보가 결선투표를 한다. 내년 1월5일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조지아의 2석을 모두 가져가면 50대 50으로 동수가 되고, 부통령이 ‘캐스팅보터’가 되면서 사실상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하게 된다. 만약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인정하면 조지아 결선투표는 ‘뻔한 게임’이 될 수 있다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내년 1월5일까지는 공화당 지도부의 만류를 기대하기 어렵고, 소송이 절차대로 마무리돼야 혼란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트위터로 경질한 것은 패배를 승복하지 않고 법적 소송에 끝까지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미 언론은 평가했다. 아울러 마지막까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며 자신의 정책에 반기를 든 인사들에 대한 숙청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남은 임기 중 이란 등을 겨냥해 군사작전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항의시위가 격화하던 지난 6월1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에 배치된 주방위군과 만나 뭔가를 가리키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군 투입 움직임에 반대했던 에스퍼 전 장관은 9일 경질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편 에스퍼 장관은 이날 공개된 ‘밀리터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방부의 수장으로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싸움을 선택했으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면서도 “언젠간 해고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