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벤져스’ 흥국생명이 GS칼텍스와 명승부를 펼치며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예고했다. 특히 11년 만에 돌아온 ‘슈퍼 에이스’ 김연경(32)은 경기 도중 승부욕을 거침없이 표현해 화제가 됐다.
흥국생명은 지난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방문 경기에서 GS칼텍스와 격전을 펼친 끝에 세트 스코어 3-2(23-25, 25-22, 25-19, 23-25, 17-15)로 승리했다.
직전까지 5연승으로 1라운드 전승을 거둔 흥국생명이었지만, 이번 시즌 흥국생명을 저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는 GS칼텍스의 저항은 거셌다.
양 팀은 신흥 라이벌전 답게 2시간 30분 동안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치열한 접전을 이어갔다. 세트가 거듭될수록 팽팽해지는 긴장감과 함께 양 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열기도 달아올랐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4세트 들어 GS칼텍스가 수비 성공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자 “데드볼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을 받아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김연경의 ‘분노 리액션’도 눈길을 끌었다. 김연경은 2세트에 공격이 GS칼텍스 김유리의 블로킹에 막히자 공을 바닥에 세게 내리쳤고, 미간을 찌푸리며 입으로 뭔가 중얼거리는 등 답답함을 표출했다.
이어 5세트에 공격이 상대 권민지에게 다시 한 번 막히자, 김연경은 네트를 손으로 잡아끌며 분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를 본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주심에게 “경고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강주희 주심은 GS칼텍스의 주장 이소영에게 “(김연경의 행동은) 상대를 향한 게 아니라 스스로 분을 못 이겨서 한 것이라 경고를 줄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차 감독은 경기 후 김연경의 행동에 대해 “복잡한 심정”이라며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경고가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박 감독도 “절제해야 할 부분은 절제해야 한다고 김연경에게 이야기했다”며 “승부욕과 책임감에서 그런 행동이 나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연경은 “나에 대한 표현이었지만, 네트를 잡아당긴 건 과했던 것 같다”며 “상대를 존중하지 못한 건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공을 내리친 행동에 대해서는 “1점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다”며 “상대에게 피해가 안 가는 범위 내에서 표현을 한 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경기가 끝난 뒤 방송 인터뷰에서도 “어느 쪽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며 상대의 선전에 대해 칭찬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