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충남 보령 앞바다에서 일어난 낚싯배-교각 충돌 사고는 선장의 전방주시 태만 때문이라는 진술이 나왔다.
12일 보령해경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원산안면대교 교각과 충돌한 낚싯배 선장 A(42)씨는 “GPS 오류로 막연히 운항하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입원 중인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진행된 해경 조사에서 “사고 당시 ‘간이 전자해도 표시장치’(GPS 플로터)가 오작동을 일으켜 선박 위치를 측정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A씨가 GPS 플로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장애물 등을 파악할 수 없게 되자 앞서간 다른 낚싯배의 이동 경로를 추정, 배를 몰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해가 뜨기 전이라 해상은 어두웠지만 안개가 끼지 않아 시정(약 1해리) 자체는 양호한 편이었다고 해경은 전했다. 선장 경력 5년 정도인 A씨는 사고해역을 수십회 운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업무상 과실치사상·낚시 관리 및 육성법 위반 혐의로 선장 A씨를 입건한 상태다. 해경 관계자는 “교각 충돌 직후 선장도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실신한 상태에서 선박이 북쪽으로 떠밀려 대교 아래 주변을 맴돌게 됐는데, 그로 인해 인명 피해가 더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충돌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과 자동식별장치(AIS) 항적을 분석하는 한편 교각 지점 감식 등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5시6분 보령 오천항을 출항한 9.77t급 낚싯배 푸른바다3호는 원산안면대교 아래를 지나다가 교각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낚시를 하기 위해 배에 타고 있던 승객 3명이 숨지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보령=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