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여성들도 조직적으로 성노예로 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점령지인 인도네시아에서 동맹국인 독일을 비롯해 약 7개국 출신 여성과 소년 등 7만명이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탐사보도 언론인 그리셀다 몰레만스는 11일(현지시간) 한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네덜란드전쟁기록원(NIOD)과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 등에서 찾은 자료를 근거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몰레만스에 따르면 1942년 3월 초부터 네덜란드령인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 블로라 지역에서 일본군 48부대가 미성년자를 포함한 독일 여성들을 성폭행했다. 몰레만스는 “30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한 건물로 옮겨졌고, 이후 이 건물은 군대의 위안소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독일 여성들은 동맹국인 독일 정부가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을 우려한 한 장교의 개입으로 위안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몰레만스는 인도네시아에 독일 여성들이 있었던 이유에 대해 “독일 여성들은 교사였거나 농장주와 석유 기술자의 아내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실이 독일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네덜란드전쟁기록원에 있는 증거자료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몰레만스는 말했다. 이 자료는 2026년까지 비공개로 돼 있으며, 그는 변호사를 통해 관련 서류에 접근했다. 몰레만스는 비공개 문서에 “확실히 65명, 아마도 300명의 여성이 강제로 위안부가 됐다는 진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문서가 비공개 처리된 것은 “네덜란드 정부가 희생자들의 전쟁 연금 요구를 두려워하고 일본과의 무역 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