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산업부 실무자의 자택과 휴대전화 등에 대해 압수수색한 자료들을 분석하는 동시에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당시 관여한 산업부 간부 직원을 불러 조사했다. 원전 폐쇄 결정의 책임자로 꼽히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사 상황에 따라 당시 백 전 장관 등의 판단과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청와대까지 검찰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당시 실무 책임자 중 한 명인 산업부 A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A국장을 상대로 한수원의 개보수와 경제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계속 운전’을 하기로 했던 월성 1호기를 갑자기 가동 중단한 배경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부가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1호기 폐쇄 의결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와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고 원전 폐쇄 관련 자료 파일을 삭제한 경위 등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형 감사원장도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국가의 중요 정책도 수립·집행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청와대 윗선이 원전 폐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미 야당을 중심으로 월성 1호기 폐쇄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점을 감안해 청와대가 백 전 장관을 통해 무리하게 조기 폐쇄를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대전지검은 수사 전반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진행 중인 (수사 관련) 내용을 일일이 언론에 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은 이날 대전지검을 찾아, 백 전 장관과 정 사장, 채 사장에 대해 직권 남용 및 공용서류 무효,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확보한 우리의 원자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시기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관련한 자들은 처벌해야 한다”며 “국민과 대한민국의 전기산업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사람들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감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