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끝난 지 8일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정권 인수작업에 속도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개표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한 이리시의 집배원 리처드 홉킨스(32)에 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러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지만 홉킨스처럼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폭로에 나선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가 용감한 ‘영웅’인지, 징계에 불만을 품은 ‘사기꾼’인지는 알 수 없다.
홉킨스는 지난 5일 스스로 게릴라 저널리스트라 칭하는 극우파 제임스 오키페가 2010년에 만든 ‘프로젝트 베리타스’와 인터뷰에서 이리시의 롭 와이센바흐 우체국장이 자신이 근무하는 우체국 감독관에게 ‘4일이나 그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3일치로 분류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는 6일 도착분까지 유효표로 인정하지만, 소송사태를 대비해 ‘3일 이전’ 투표용지를 따로 구분해 왔다.
WP는 기금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에 홉킨스 이름으로 전날까지 13만6000달러가 모였지만, 이번 보도 후 삭제됐다고 전했다. 해당 페이지에는 “내가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강제로 사임하게 될 경우 여러분의 기부가 나를 도울 것”이라며 “안전한 곳에서 새 출발 하고 정착할 때까지 (아이들을) 양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건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지만 베리타스는 이날 USPS 감사실 조사관인 러셀 스트라서가 지난 9일 홉킨스를 심문하는 녹음 파일을 공개하고, 홉킨스가 이해하지 못한 문서에 서명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홉킨스는 베리타스 인터뷰에서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다”며 자신은 5년간 해병대 복무 중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다녀왔다고 강조했다. 오키페가 “오늘(10일)은 해병대의 날이고, 내일 재향군인의 날에도 진술할 것이냐”고 묻자 “그게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홉킨스는 ‘주변의 반응’을 묻자 “딸은 4살이라 아무것도 모르지만 언젠가 내가 한 일을 자랑스러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리타스는 USPS의 ‘무급 정직’ 통보서와 홉킨스의 진술서(사진) 일부를 공개하고 그를 ‘영웅’이라고 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WP 기사를 언급한 뒤 “진실을 지켜라, 그의 진짜 이야기”라고 적었다. 홉킨스와 관련한 진실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 같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댄 패트릭 텍사스주 부지사가 결정적인 부정선거 증거 제보자에 최대 100만달러(약 11억1300만원)의 보상금을 지불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트럼프 캠프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과 같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초청한 아메리카 대륙 최대 국제기구인 미주기구(OAS) 소속 국제선거참관단은 이날 대선 참관 예비보고서에서 “현재까지 부정선거나 투표 부정 사례가 없었다”며 “대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할 심각한 선거 부정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