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의식했나… 靑 “RCEP, 중국 주도 아니다”

“협상 시작부터 타결까지 아세안이 주도” 설명
中 리커창 “RCEP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승리”
지난해 12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쪽)가 다른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 리 총리는 15일 한국, 중국 등이 참여한 RCEP가 타결된 것과 관련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라며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15일 최종 타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한 나라가 중국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강하게 부인했다. 행여 ‘한국이 중국 주도 경제권의 일부가 되었다’는 식의 인식이 확산하는 경우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그간 중국의 부상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왔으며 한국을 향해서도 ‘중국에 베팅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한 적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RCEP가 중국 주도의 협상이었던 것처럼 오해하는 시각이 있다”며 “중국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RCEP에 참여한 15개국 중 하나”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협상 시작부터 타결까지 주도한 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RCEP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회원국 대부분은 아세안에 속한 나라들인데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그들이다. 회원국 숫자만 놓고 봐도 중국이 아니고 무려 10개국에 이르는 아세안 국가들이 협정을 주도해왔으며 또 앞으로도 운영을 주도해나갈 것이란 게 청와대의 시각인 셈이다.

 

물론 중국은 자국이 참여한 RCEP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입장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에 이은 중국의 ‘2인자’ 리커창 총리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면서 “RCEP 체결이 지역의 발전과 번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세계 경제의 회복에 공헌할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과 관계가 크게 악화한 중국이 RCEP를 통해 무역 통로를 다변화하려 시도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문제는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한다고 미국의 반(反)중국 정책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속한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중국의 공산당 1당 독재와 인권 유린, 특히 최근 제정된 홍콩 국가보안법(일명 ‘홍콩보안법’)에 무척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자연히 문재인정부로선 동맹국인 미국에서 ‘한국이 중국 주도의 경제권에 들어갔다’는 식의 인식이 확산하기라도 한다면 몹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바이든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2013년 12월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게 좋은 ‘베팅’인 적이 없었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여기서 ‘미국의 반대편’이란 중국을 지칭한 것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에서 이탈해 중국 쪽에 접근하는 경우 미국으로선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경고로 풀이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