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군 1년만의 원정A매치 권창훈 등 선수 6명 양성판정 ‘악재’ 손흥민 도움 황의조 선제골 폭발 후반 22분부터 단 3분간 3실점 러시아 월드컵 패배 설욕전 실패 전방압박 고전… 빌드업 전술 패인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11월 브라질과 평가전 이후 1년 만에 오스트리아로 원정 A매치에 나섰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조(보르도), 황희찬(라이프치히), 이강인(발렌시아) 등 유럽파들이 대거 합류해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전력이 한자리에 모이는 듯했다. 다만 김진수(28·알 나스르)를 시작으로 김민재(24·베이징 궈안)와 김영권(30·감바 오사카) 등 주축 수비수들이 소속팀 차출 거부와 부상 등 여러 이유로 대표팀 승선이 불발된 점은 아쉬웠다.
그런데 15일 예정된 멕시코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지난 12일 진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권창훈(프라이부르크), 이동준(부산), 조현우(울산), 황인범(루빈 카잔)이 양성 판정을 받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14일 재검사에서도 김문환(부산)과 나상호(성남)가 추가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렇게 벤투호에서 무려 6명의 선수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자 멕시코전 성사 자체가 불투명했다.
다행히도 대표팀은 멕시코와 개최국인 오스트리아축구협회와 협의 끝에 경기를 속행하기로 했고, 벤투호는 19명의 선수로 우여곡절 끝에 평가전에 나섰다. 그러나 악재는 결국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스트리아 비너 노이슈타트 슈타디온에서 치러진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전반 21분 황의조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후반 22분부터 단 3분 동안 내리 3실점하며 2-3으로 역전패했다. 한국은 이로써 멕시코에 최근 3연패와 함께 역대전적 4승2무8패로 열세를 이어갔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당한 1-2 패배 설욕도 실패했다.
황의조를 원톱으로 내세우고 손흥민과 이재성(홀슈타인 킬)을 좌우날개로 배치한 3-4-3 전술을 가동한 한국은 주세종(서울)과 손준호(전북)가 중원을 담당하고 이주용(전북)과 김태환(울산)이 좌우 윙백으로 나섰다. 스리백은 권경원(상주), 정우영(알사드), 원두재(울산)가 섰고, 골키퍼는 구성윤(대구)이 맡았다.
하지만 급조된 스리백 라인이 멕시코의 강한 전방 압박에 막혀 빌드업 패스가 자주 차단당했고 이는 결국 패인이 됐다. 전반 초반부터 이런 장면들로 인해 위기를 자초했지만 구성윤의 선방으로 버텼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벤투호는 전반 21분 ‘캡틴’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황의조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는 ‘원샷원킬’로 선취점을 올리며 환호했고 전반을 1-0으로 마쳤다.
그러나 그나마 버티던 수비진에 후반 22분 구멍이 나기 시작하자 와르르 무너졌다. 우리 진영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권경원의 패스가 막히면서 크로스를 허용한 벤투호는 히메네스에게 헤딩으로 동점골을 얻어맞았고, 2분 뒤에도 수비수의 전진 패스가 차단되며 우리엘 안투냐에게 역전 결승골을 내줬다.
한국은 후반 25분 프리킥 상황에서 멕시코의 카를로스 살세도에게 쐐기골을 내주는 등 3분 만에 3골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승리를 날렸다. 한국은 후반 28분 손준호 대신 이강인을 투입하며 전술 변화를 시도했고, 후반 42분 이강인의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권경원의 추격골이 터졌지만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전술 소화 능력이 부족한 스리백을 데리고 빌드업 전술을 고수한 벤투 감독의 전술 유연성이 아쉬웠다. 그나마 돌파와 날카로운 패스로 도우미 역할을 한 손흥민의 활약은 위안을 삼을 만했다. 대표팀은 17일 카타르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