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 압박 탈출구?… 중국, 아·태 영향력 확대 기대감 [‘메가 FTA’ RCEP 서명]

美 무역압박 탈출구로 ‘다자주의’ 강조
“경제통합 가장 중요한 성과” 자평도
日, 對韓 공산품 관세 철폐율 92%까지
‘교역 1·3위’ 中·韓 포함 첫 FTA 체결

중국은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자유무역협정)인 RCEP(역내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체결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영향력 확대에 미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15일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RCEP 발효 시 상품 관세 감축으로 중국 경제는 0.55%의 성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히면서 수치적 성장보다는 아시아 지역이 경제적으로 미국보다 중국과 긴밀한 연관을 맺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부각했다.



앨릭스 카프리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 주도의 RCEP 체결에 대해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광범위한 지정학적 야망을 공고히 하게 됐고, RCEP는 일종의 보완 요소”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밝혔다.

미국의 무역 압박 탈출구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은 다자간 FTA인 RCEP 체결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띄우고 있다. 홍콩시립대 왕장위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편을 선택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이자, 지역경제 통합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중국21세기경제보도 역시 “RCEP 협상 성공은 동아시아 경제통합 20년 역사 이래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RCEP에 대해 “충돌과 대항이 아닌 단결과 협력으로 동주공제(同舟共濟: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다)하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라고 말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정상회의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일본은 RCEP 체결로 한국에 대한 공산품 수출 관세 철폐율이 현재 19%에서 92%까지 단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5일 보도했다. RCEP는 일본 입장에서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 3위 교역 상대국인 한국을 포함하는 첫 FTA이다.

신문에 따르면 RCEP 발효로 일본 기업이 한국에 수출하는 에어백과 전자계 부품 등 자동차 관련 품목 중 80% 가까이는 관세가 철폐된다. 일본 청주인 니혼슈와 일본 소주 등의 관세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일본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공산품의 경우 관세 철폐율이 현재 8%에서 최종적으로 86%까지 높아진다. 전체 RCEP 가맹국을 상대로 한 일본 수출 공산품의 관세 철폐율은 품목 수 기준으로 최종 91.5%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이 수입하는 쌀과 보리 등 5개 주요 농산물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베이징·도쿄=이귀전·김청중 특파원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