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줬더니… 퍼블릭 골프장의 배신 [심층기획]

그린피·카트비 폭리에 골퍼들 ‘부글부글’… 골프장만 배불려
대중화 무색… 회원제보다 요금 더 올라
코로나 특수에 편법 운영·배짱 영업도

지난 주말 경기 지역에서 라운딩을 한 자영업자 A씨는 골프장 횡포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부킹(예약)이 어렵고 이용료도 비싸졌는데 중간에 다른 팀 끼워넣기와 티오프 간격 줄이기 등도 심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얌체 영업이 기승을 부려 불쾌했다”며 “이용객이 몰리는 틈을 타 골프장들이 돈벌이에 혈안이 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0대 직장인 골퍼 B씨도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정말 힘들게 부킹했는데 음식값이 비싼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식사해야 하는 조건이었다”며 “요즘 워낙 골프장 잡기가 쉽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귀하신 몸’이 된 국내 골프장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이용객들의 원성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코로나 특수로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맞았다’는 골프장 상당수가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심보다. 특히 정부가 골프 대중화 차원에서 이용객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세제 혜택을 준 대중제(퍼블릭) 골프장들이 ‘비싼 배짱 영업’을 일삼아 지탄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골프장 배만 불려준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프장에서 그린피(입장료)와 카트 이용료, 캐디피 등 비용 인상과 함께 유사 회원제 같은 편법 운영과 갑질 횡포 등이 잇따라 이용객들의 반감이 쌓이고 있다.

 

◆퍼블릭 요금 인상폭 회원제보다 커… 카트 이용료 등 ‘폭리’

 

15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분석한 코로나 사태 이후의 골프장 이용료 현황에 따르면 대중골프장의 지난달 주중 입장료는 14만6000원으로 2018년 이후 18.5%나 급등했고, 주말 입장료도 12.5%나 올랐다. 반면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주중 입장료 상승률은 5.9%, 주말 입장료는 5.4%로 대중제 입장료 상승률보다 크게 낮았다. 2018년 5월 이후 올해 9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8%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대중골프장의 입장료가 얼마나 가파르게 올랐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골퍼들이 몰려든 지난 5∼10월 상승률은 사상 최고치였다.

 

이 기간 대중골프장의 입장료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주중 8.4%, 주말 6.8%에 달했다.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주중 입장료는 같은 기간 2.2% 상승에 그쳤다.

 

비싼 카트 이용료도 골퍼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 팀당 카트비가 9만원 이상인 회원제 골프장은 75.8%, 대중제는 61.6%에 달한다. 5인승 신형 전동카트 가격은 1500만∼1800만원(중고 1100만원)이다. 카트비를 9만원이라고 가정하고 한 대당 1년에 400회를 가동한다고 했을 때 매출이 3600만원이다. 부가가치세를 빼고도 3240만원이다. 카트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인 충전비, 보수비 등이 1년에 200만원 정도 든다. 카트 구입 후 6∼7개월이면 본전을 뽑는 셈이다. 카트가 ‘골프장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이유다.

제주도 골프여행을 다녀온 이모(57)씨는 “제주도에서 5인승 승용차를 24시간 대여하는 데 3만∼5만원꼴인데, 4∼5시간 이용하는 골프 카트 대여료를 8만∼10만원 받는 것은 폭리라고 생각한다”며 “카트를 사실상 의무적으로 이용하게끔 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캐디피 역시 크게 인상했다. 대중제·회원제 골프장의 팀당 캐디피는 2018년 이후 각각 6.9%, 6.6% 올랐다. 특히 올해 들어 팀당 캐디피로 13만원을 받는 곳도 흔하고, 15만원이나 되는 곳도 있다. 이에 따라 대중제 골프장의 지난달 평균 이용료(입장료+캐디피+카트이용료)는 주중 19만9000원으로 2년 전보다 15.3%, 주말은 24만7000원으로 11.3%나 올랐다.

 

여기에 클럽하우스나 그늘집의 식음료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은 도매가 1000원 안팎의 막걸리 1병을 1만2000원에 판다. 자장면이나 떡볶이 한 접시에 1만원 넘게 받는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골프장 이용료 인하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지역민 혜택 외면·편법 운영 등 골프장 갑질도 늘어…소송 움직임도

 

정작 고객 서비스는 뒷전인 채 수익 극대화에만 눈이 먼 듯한 골프장들의 갑질 횡포와 유사 회원제 편법 운영 등도 눈총을 사고 있다.

 

최근 제주의 한 골프장을 이용했던 김모(52)씨는 “경기가 지연되면서 일몰로 후반 3개 홀을 남기고 라운드를 마쳐야 했는데 남은 홀에 대한 환불 요구를 거절당했다”며 “초과 예약을 받은 골프장 측 잘못인데도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골프를 즐기는 제주 도민들의 불만도 크다. 코로나19 확산 전 제주 지역 골프장 대부분이 도민들에게는 그린피를 공시 요금의 50% 가까이 할인해줬다. 하지만 해외 골프 여행길이 막히면서 제주를 찾는 외지인 골퍼가 폭증하자 이들 골프장이 지역주민 할인율을 10% 수준으로 대폭 낮추거나 아예 폐지했기 때문이다. 30곳이나 되는 제주도 골프장의 내장객 현황에 따르면 제주 골프 관광객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올 6월 16.3%, 7월 52.3%, 8월 50.9%, 9월 36% 늘어났다. 업계는 10월에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제주의 골프동호회 관계자는 “비수기 때 도민 단체 유치 경쟁을 벌였던 골프장들이 이제는 도민과 동호회 단체 예약을 사절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 폭리를 취한 골프장은 철퇴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회원제와 대중제를 병행하는 제주 한 골프장의 경우 할인요금을 적용받는 회원들의 예약을 제한해 회원들이 소송에 나설 태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골프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개별소비세를 75% 깎아줘 1인당 1만5840원(18홀 기준)의 그린피 할인혜택을 주도록 한 제주지역 회원제 골프장도 최근 이용료를 수도권 골프장과 맞먹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올렸다. 최영근 제주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더 이상 제주도만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폐지하거나 감면해 달라는 명분이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강대옥 제주사이프러스골프&리조트 총지배인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골프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절제된 요금 정책과 서비스 향상을 주도해 한 차원 높은 수용태세를 갖추는 시기로 선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사 회원권 판매 등 편법 회원제 운영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대중제 골프장 중 경기도와 경북에서 11곳이 편법 운영으로 적발됐다. 일반 회원 외에 ‘사이버 골드회원’을 따로 모집하거나 콘도 회원권을 팔면서 회원이 되면 붙어 있는 골프장 이용 혜택도 주겠다는 변칙 판매도 있다. 이용권이 있어도 유효기간 내에 부킹을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회원제와 대중제 분리 의무를 위반해 회원에게 혜택을 주고 대중제 코스를 이용토록 하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지자체와 함께 대중골프장 편법 운영 실태 점검에 나섰다.

◆“돈벌이 급급한 대중제 골프장 세제 감면 등 혜택 재검토” 목소리 나와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제와 달리 입장객에게 받는 개별소비세와 농특세, 교육세 등 세금을 면제해 준다.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 310군데 이용객이 219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입장 관련 세금만 1인당 2만1000원, 모두 4600억원을 깎아준 셈이다. 지방세법상 토지·건물에 부과하는 재산세도 대중제 골프장은 일반과세가 적용돼 중과세인 회원제보다 훨씬 적게 부과된다. 이는 정부가 골프 대중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을 많이 준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혜택이 골퍼들에게 돌아가기보다 골프장 배만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2% 수준으로, 회원제(7.2%)보다 수익성이 4배 이상 좋았다. 여러 꼼수가 비결이다. 예컨대 회원제 골프장을 대중제로 전환하면 세금 차액만큼 이용료를 내려야 하는데, 조금만 깎거나 회원제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식이다.. 올해 5∼10월 동안 입장료 인상 상위 10위 안에 있는 대중제 골프장은 모두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곳이다. 이 기간 대중제 골프장 입장료는 주중 8.4%, 주말 6.8%나 인상됐다. 회원제 입장료가 2%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수도권 B골프장은 대중골프장이지만 입장료는 요일에 따라 최고 29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주말골퍼 C씨는 “대중제가 세제 혜택을 받는 만큼이라도 이용료를 깎아 줘야 하는데 오히려 (회원제보다) 더 받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이번 기회에 입장료가 비싸거나 많이 올린 대중골프장, 콘도회원권 등을 분양해 골프장에 혜택을 주는 편법 대중골프장 등 골프 대중화에 역행하는 대중골프장들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입장료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대중골프장의 입장료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수원=임성준·오상도 기자, 전국종합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