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에너지 전환 갈등… 유럽 모델 해법 될까

전문가 초청 웹세미나서 토의 벌여

■ 국내 실정은
열병합·태양광 등 전국으로 확대하며
곳곳서 지역주민과 대치 양상 불거져
최근 3년 고형 열병합 10여곳 공사 중단
“금전적인 해결은 근본 해법 될 수 없어”

■ 유럽의 경우는
각 국가들도 유사한 사례들 많이 겪어
갈등 예방용 ‘ESTEEM’ 프로그램 도입
공개모임 통해 사회적 합의 도출 유도
우리도 맞춤형 ‘K-ESTEEM’ 적용 중

문재인정부는 출범 당해인 2017년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2017년 기준 7%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다.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세먼지 저감과 원전 밀집으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해 화력 중심의 국가전력 체계를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확대·공급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과 그린뉴딜로 해상풍력, 열병합발전, 태양광 등 분산형에너지 시설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곳곳에서 이를 둘러싼 갈등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생활 터전을 잃게 된다는 주민들과 환경 파괴 문제를 제기하는 환경 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에너지전환이 본격화 궤도에 오르게 되려면 이러한 갈등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전환에 따른 갈등요소를 최소화하고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지난 13일 ‘국내외 사례를 통해 본 에너지갈등 예방 및 해결 방안’을 주제로 한 ‘에너지갈등 전문가 초청 웨비나(웹 세미나)를 열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번 웨비나는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과 독일 갈등전문기관인 KNE 미카엘 크리거 부소장이 참석했다.

◆전국 곳곳서 에너지전환 갈등 빈발

지난해 7월 경남 통영, 남해, 고성 지역 어민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 국내 최대 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 추진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민간사업자인 욕지풍력은 경남 통영 욕지도 서쪽 8.5㎞ 해상에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해 2026년까지 1GW(기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축구장 약 19개 크기인 13만7000㎡ 규모의 해상에 풍력발전기 200대를 짓기로 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해 3월 이를 허가했다.

 

어민들은 조성사업 추진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풍력발전기가 설치될 경우 해저 지형 파괴로 물고기들이 서식처를 잃을 수 있고, 발전기 가동으로 인한 소음·진동·저주파 문제 등으로 해양 생태계가 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어족자원 감소로 인근 양식장이 피해를 보는 등 지역 수산업계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욕지도 외에도 전남 여수, 울산,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해상풍력발전과 관련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비단 해상풍력만의 일이 아니다. 쓰레기 등을 태워 에너지를 공급하는 SRF(고형 폐기물연료)열병합발전소의 경우도 주민들이 유해물질 배출과 부동산 가치 하락 등으로 반대하며 멈춰선 곳이 적잖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SRF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60여곳 중 주민 반대나 지자체의 허가 반려로 공사가 중단된 곳은 10여곳으로 전해졌다. 전국 각지에 지어지고 있는 육상 및 수상 태양광 발전 역시 주민 반대로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독일도 에너지전환 갈등… 전문 갈등해결 기관서 전담

에너지전환 갈등은 외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온 유럽 국가들의 경우도 유사한 사례를 이미 겪었다. 일례로 독일에서는 2002년부터 에너지전환 정책인 ‘에네르기벤데’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등을 대체할 육상풍력과 태양광 등이 급격하게 들어서며 지역 곳곳에서 잡음이 일었다.

미카엘 크리거 부소장은 “독일 국민의 89%가 에너지전환에 찬성할 정도로 정책 지지율이 높지만, 상당수 시민들이 무력감을 느끼는 등 불만을 토로해왔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2012년부터 이러한 갈등해결을 위한 기관인 KNE(환경보전과 에너지전환 역량센터) 설립을 결정했다. 2016년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KNE는 독일 환경부와 환경재단이 공동출자한 비영리 유한회사 형태로 연방 환경부의 예산을 지원받으나 독립·중립적 민간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KNE는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는 지역에 80시간의 갈등전문 교육을 이수한 52명의 갈등중재자를 활용해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고 미카엘 부소장은 소개했다.

 

그는 “타운홀과 같은 회의실을 마련하고 소음, 국토 경관, 자연보호 등으로 특정한 주제를 정해 작은 그룹으로 미팅을 열고 있으며 주민들이 어떤 위협을 느끼는지 갈등중재자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숲 속에 풍력발전소를 짓는 경우 다양한 과학적인 장치를 이용해 생물다양성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수력발전의 경우엔 어종들을 보호할 이동로를 개척하는 방법으로 소통과 설득을 하며 윈윈할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 중재를 위해서는 결국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도 그는 강조했다.

◆갈등 해결 프로그램 ‘한국형 에스팀’ 등 활용 절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전환 갈등에 대해서는 주로 반대하는 지역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재각 소장은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신설을 반대하면 님비라든지, 보상금을 얻어내려는 수작, 기후위기에 무관심하다는 등 부정적으로 묘사하려는 경향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이러다 보니 갈등 자체를 회피하고, 억눌리게 하는 부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갈등은 상대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문제 제기를 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시위를 하는 지역주민들만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다”며 “사업을 하려는 사업자, 또 그것의 권한을 가진 기관이나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의 관계론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 차례 금전적인 보상을 통해 이러한 갈등을 쉽게 해결하려는 관행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이러한 개발을 통해 사업자의 일방적인 이익이 아니라 주민들과 이익을 나누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발전소가 들어왔으니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차원보다는 기후위기 등에 대해 주민들도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시민의식 고취도 고려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경기도 안산과 전남 영광에 들어서는 주민참여형 태양광발전소를 좋은 예로 꼽았다. 지역 유휴공간에 들어서는 태양광발전소에 주민들이 직접 투자하고 수익을 갖는 모델이다.

 

한 소장은 체계적인 주민참여 유도를 위해 도입된 유럽의 갈등 예방프로그램인 ‘에스팀’(ESTEEM)과 유사한 프로그램 적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스팀은 민간전문가가 프로젝트 추진 전 갈등요소를 확인하고, 이슈 해결방안 마련, 공개모임 개최,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을 통해 프로젝트의 지역 수용성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소장은 “유럽의 이스팀을 한국적인 맥락들을 넣어 K에스팀의 형태로 변형했다”며 “충남 당진시의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혁신벨트 조성과 관련해 이해관계자들 간 합의를 도출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안에 대해 적용해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과 소통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충분히 교육받은 인력을 기반으로 한 기관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며 “지역에너지센터 등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조언했다.

이날 웨비나를 진행한 강영진 원장은 “국내에도 독일 KNE와 같은 전문적인 갈등예방 컨설턴트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업자의 인허가 과정을 줄일 수 있는 덴마크의 원스톱숍(One-Stop Shop), 전자파 등에 대한 국가적 정보를 제공하는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