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현직에서 물러난 뒤 대권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살포시 내비쳤다.
추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서울시장이나 대선 출마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법무부 장관으로서 오직 검찰 개혁에 사명을 가지고 이 자리에 왔기 때문에, 그 일이 마쳐지기 전까지는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이 “장관직에 있는 동안에는 표명하지 않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추 장관은 “표명하지 않는 게 아니고 의지가 없다”며 “검찰 개혁 전까지는 정치적 욕망이나 야망을 갖지 않기로 맹세하고 이 자리에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 의원이 질문을 돌려 ‘장관직을 그만둔 다음에는 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하자 추 장관은 “그거야 알 수 없고, 검찰개혁이 완수될 때까지는(안 하겠다)”고 말했다. “알 수 없다”는 말에서 추 장관은 장관 이후의 행보를 암시한 셈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추 장관이 대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추 장관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 사실 큰 판을 노리고 뛰어드는 것 같다”며 “정치인이 큰꿈을 꾸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과 각을 세우면서 친문 지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지 않느냐”라며 “당대표를 지낸 만큼 대권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쌍끌이’ 지지율에 가려졌지만 사실 추 장관은 여권 차기 주자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추 장관은 여권 3위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76명에게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이 대표와 이 지사는 21.5%로 동률을 기록했다. 윤 총장은 17.2%를 받았고, 추 장관은 3.1%를 기록했다. 지지율 절대 수치만 보면 높진 않지만 3위라는 순위가 보여주듯 추 장관은 대권 꿈을 품을 만하다는 분석이다.
추 장관 본인은 대권 의지가 더 강하지만 주변에서는 서울시장에 도전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여권관계자는 통화에서 “추 장관이 당대표도 한 만큼 대권 의지가 강하긴한데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율이 워낙 견고하고 높다보니 당 내 일부에서는 추 장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건의를 한다”고 귀띔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