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았다. 조금은 긴장한 채로 잠을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계를 보니 평소 기상 시간이다. 다행스럽게 베트남은 한국과 2시간의 시차로 이른 아침이다. 분주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오늘 일정은 닌빈!
하노이에서 닌빈으로 향하는 버스가 매일 출발하지만 시간을 맞추기 불편하고 안내해줄 가이드가 필요하여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함께하기로 했다. 신청한 프로그램은 호텔 픽업부터 시작된다.
몇몇 호텔을 들러 내가 머무는 호텔이 마지막 순번이라 한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식사 대신 커피 한 잔을 하고 호텔 앞, 컴컴한 거리를 밝히는 불빛 아래서 하루를 안내할 누군가를 설레며 기다린다.
한 남성이 버스에서 내리더니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유창한 영어로 자신을 가이드라 소개하고 버스 좌석을 안내하며 기사에게 출발을 청한다. 버스에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관광객들이 뒷자리에서 졸고 있고 몇몇 관광객은 눈인사를 건넨다. 가이드는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른 내게 동행할 관광객들의 국적을 소개하고 편히 잠을 청하라 한다. 졸음이 쏟아지기는 하나 서서히 밝아지는 창밖 풍경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트레킹하듯 다시 사원을 걸어 내려온다. 다음 목적지는 짱안(Trang An)이다. 정글로 덮인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루어진 지역들을 둘러볼 예정이다. 가이드는 선사 시대에 산에 살았던 사람들과 여전히 이 지역을 경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설명한다. 짱안 경관 단지(Trang An Scenic Landscape Complex)는 베트남 호알르, 땀꼭에서 빅동, 그리고 바이 딘 사원을 포함한다.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짱안은 동굴 보트 여행으로 유명하다. 버스는 고대 수도였던 호알르 남쪽 3km 떨어진 곳, 짱안 대로를 따라 닌빈시로부터는 7km 떨어진 곳에 정차한다. 이곳이 선착장이다. 땀꼭을 관통해 북쪽 땀디엡으로부터는 16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61.72km² 면적으로 특별 경관 보호 구역이다. 짱안 풍경구로부터 북쪽은 고대 수도 호알르 중심지, 남쪽은 땀꼭과 빅동 관광 구역, 중앙은 짱안 생태 관광 구역이다. 이 세 지역은 석회암산과 강, 호수, 늪이 있는 호알르 삼림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드디어 닌빈 최고 풍경을 가까이 즐기기 위해 보트에 오른다. 뱃사공들은 세 명 또는 네 명을 배에 태우고 차례대로 거대한 정글로 뒤덮인 카르스트의 그늘에서 물길을 헤집고 노를 젓는다. 부드러운 흐름을 따라 보트는 사원에서 정차하기도 하고 물길을 따라 동굴 아래로 미끄러지기도 한다. 고개를 숙이고 마주하는 시원하고 어두운 동굴은 고요하나 서늘함이 피부에 내려앉는다. 고개를 들면 하늘 아래 맞닿은 듯한 석회암산이 놀라운 풍경을 선사하고 보트 아래 물길은 하늘거리는 수초들이 영롱함을 선사한다. 서로 다른 생태계가 산과 동굴, 물길로 다양하게 어우러져 놀라운 환경을 자아낸다. 뱃사공이 안내하는 대로 노를 저으며 물길 따라 점점 더 깊은 자연의 품으로 들어선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