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친필로 확인된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정초석 처리와 관련해 문화재청이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늦어도 내달 중 한은에 설치된 이토 히로부미 친필 정초석 처리를 놓고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 5일 근대건축, 구조, 석장 전문가와 함께 정초석 관리방안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3가지 안이 나왔다. 먼저, 현 상태를 그대로 보존해 안내판만 설치하는 안이다. 이 경우 정초석 글씨에 대한 문화재 원형은 보존이 가능하지만 일부 단체 등의 문화재 훼손 등 관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글씨 위를 건물외벽과 유사한 석재로 덧씌우자는 안도 나왔다. 하지만 이 안은 이토 글씨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보존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훼손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거론됐다.
철거 후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정초석 글씨가 새겨진 부분을 절단해 그 부분을 건물 외벽과 유사한 석재로 덧씌우는 방법이다. 대신 절단한 부분은 독립기념관에 전시해 역사적 사실 기억과 교육자료로 활용가능하다. 대신 문화재 원형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한은 본관 정초석 관리방안 현상변경’을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이를 토대로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에 관리방안 및 추진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후 여론 수렴 결과 등을 토대로 정초석 관리방안을 내년 초에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의 이토 글씨체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전 의원이 제기해 논란이 됐고, 결국 이토 친필로 최종 확인됐다. 전용기 의원은 “광복 후 70년 넘게 수도 한복판에 버티고 서서 우리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던 이토의 친필인 정초석이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처리 방향을 정하기로 한 건 매우 잘된 일”이라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되고 이후 차질없이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