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 상태는 2단계 기준" vs "거리두기로 인해 피로감 누적도 고려해야"

"일상생활 통한 감염 전파 빈번하게, 전국에서 발생…위험의 문턱에 다가온 듯"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로 코로나19 유행세를 통제하겠다고 나섰지만 작업장과 사우나 등 일상감염이 지속되고 있는 18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까지 치솟는 등 확진자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신규 확진자 수는 100명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했지만, 최근에는 열흘 넘게 세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면서 200명대로 증가하더니 결국 300명 선도 넘어섰다.

 

정부는 대규모 재유행의 중대 기로라는 판단하에 19일부터 서울과 경기, 광주 전역과 강원 일부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워낙 거세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더욱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흐름과 맞물려 해외에서 감염된 채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유입 확진자 증가세도 심상치 않아 방역당국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13명으로, 수도권 중심의 집단감염이 한창이던 지난 8월 29일(323명) 이후 81일 만에 300명대를 나타냈다. 직전일인 17일(230명)보다 무려 83명이 늘어났다.

 

200명대 초반에서 300명대로 수직 상승한 것이다.

 

전날 각 지방자치단체의 집계로 볼 때 이날 오전 발표된 신규 확진자 수도 300명 안팎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신규 확진자 수를 일별로 보면 124명→97명→75명→118명→125명→145명→89명→143명→126명→100명→146명→143명→191명→205명→208명→222명(당초 223명에서 정정)→230명→313명이다. 이 기간 단 3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세 자릿수를 기록했는데 200명을 넘어선 날도 5차례나 된다.

 

무엇보다 지역사회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발생' 확진자 증가 추이가 불안하다.

 

지역발생 확진자는 코로나19의 유행 확산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이달 11일(113명)부터 8일 연속 세 자릿수를 이어갔고 직전 이틀(202명, 245명)간은 연속으로 200명대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2∼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 8∼9월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에 이어 '3차 유행'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상적 공간을 고리로 한 산발적 감염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는 이미 2차 유행 당시로 되돌아갔다. 정점을 찍었던 8월 27일(434명)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 직후 상황과 비슷하다.

 

더욱이 최근 1주일(11.12∼18)간 소규모 집단발병이 하루 평균 10건 정도씩 발생하는 등 점점 다양해지는 감염 고리는 정부의 방역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특정 시설이나 집단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할 경우 '공통분모'가 존재해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역학 조사, 접촉자 차단, 추적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러나 가족이나 지인모임, 직장, 동아리 등 생활 공간을 고리로 한 '일상 감염'은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물론 추적도 쉽지 않아 확산세를 억제하는 게 쉽지 않은 편이다.

 

방대본 관계자는 최근 상황에 대해 "방역당국 입장에서 보면 '전선'이 많이 넓어진 것 같다. 일상생활을 통한 감염 전파가 빈번하게, 그리고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어 위험의 문턱에 다가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각종 소모임 감염이 가족, 지인, 직장 등으로 'n차 전파'되는 양상을 띠는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서울 송파구의 한 지인 여행모임 사례의 경우 모임에서 첫 감염이 발생한 뒤 가족, 그리고 경북 영덕군의 한 장례식장 등으로 전파되면서 서울과 경북 등지에서 총 18명이 확진됐다.

 

수도권의 한 온라인 친목 모임도 마찬가지다. 이달 7일 총 23명이 참석한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감염이 일어난 뒤 가족, 지인 등으로 퍼져 현재까지 총 2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밖에도 경기 가구업자 모임(누적 11명), 경기 안산시 수영장(12명), 강원 속초시 요양병원(11명) 등 최근의 신규 집단감염 사례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현 시점에서 정부는 물론 국민 개개인이 모두 방역에 한층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영업제한 확대 등의 조치로 인해 일상은 물론이고 영세 자영업자 등의 생업에까지 큰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1.5단계가 적용되는 향후 2주동안 지역사회의 유행을 최대한 차단해 확진자 증가세를 꺾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상황에서는 거리두기가 최선"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를 완전히 잠재울 확실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거리두기 방역'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이 지난 8월 2차 유행 때보다 심각하다는 점도 주요 이유로 언급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로써는 거리두기와 마스크 외에는 다른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신 희소식이 들렸다 해도 올겨울 유행을 막긴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오던 거리두기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윤태영 경희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거리두기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거리두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밖에 안 나가면서 확진자 수가 줄었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확진자 증가세를)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리두기가 사실상 유일한 대책인데 현행 1.5단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겨울을 앞두고 코로나19 유행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천 교수는 "사실 지금 상태는 2단계 기준"이라며 "정부가 겨울을 고려하지 않고 (거리두기 단계를) 너무 내렸다"고 밝혔다.

 

최 교수 역시 "방역 관점에서만 보면 1.5단계는 대응이 더딘 느낌이 있다"며 "2차 유행 때만큼 역학경로가 불분명하지는 않지만 발생 중심지가 다양하고 지역사회 전파가 상당히 진행돼서 전파를 차단하기 더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도 "거리두기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고 통제하는 것도 어려워지니 1단계로 내린 것인데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면 다시 확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