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에는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해서 주변 시세를 알아봤더니 전셋값이 3억원이나 올랐는데도 물건은 없고, 결국 경기도에서 대출 끼고 아파트를 구입할 계획입니다.”(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서울에 신혼집을 구하고 싶었는데, 저희가 준비한 예산으로는 외곽 지역 전세도 어렵겠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처가댁이 있는 대구나 근처 경산에 아파트를 분양받을까 고민 중입니다.”(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프리랜서 B씨)
수도권에서는 김포와 파주 등에서 일부 아파트 매매가격이 불과 한 달 새 1억∼2억원 오르는 경우까지 생기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김포 운양동 풍경마을 래미안 한강2차(84.97㎡)는 지난달 8일 4억6000만원(4층)에 팔렸는데, 3주쯤 지난 지난달 31일에는 2억원 가까이 오른 6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김포 걸포동 한강파크뷰 우방아이유쉘(84.89㎡)은 지난 9월에는 5억9500만원에 거래됐던 게 이달 10일에는 7억5000만원에 팔렸다.
파주에서는 운정신도시 아이파크(84.91㎡)가 지난달 22일 7억5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7000만원 이상 올랐고, 최근 호가는 여기서 1억원 이상 더 뛴 상황이다. 이들 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에 불과한 서울과 달리, 70%까지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유독 빠른 속도로 집값이 오를 수 있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거래건수는 지난 9월 1006건에서 지난달에는 1231건으로 22.4%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1468건에서 2332건으로 거래량이 급증했는데, 아직 10월 거래가 다 신고되지 않은 시점이라 최종 거래 건수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최근 전세난은 임대차법 영향에 따른 전세 물량 부족현상과 3기 신도시 청약을 준비하며 임대시장에 머무는 대기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이날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대책을 발표했지만, 당분간은 전세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서울 외곽과 수도권, 지방 대도시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도 함께 밀어 올리고 있어, 서민 주거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으로 패닉바잉(공황구매)을 어느 정도 잠재운 효과가 있었다”며 “만약 전세난이 계속 이어질 경우 다시 불안 심리가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