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 하순이다. 많은 사람에게 11월의 끝자락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한 장 남은 달력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모임의 시작일 것이다. 하지만 리더십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필자에게 11월 하순은 인사시즌의 시작을 의미한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의 인사시즌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이미 한화, GS, 대림 등 많은 그룹이 임원인사를 마쳤고, 4대 그룹의 임원인사도 조만간 단행될 듯하다.
그래서 11월 하순은 많은 리더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시기이자, 동시에 리더의 역할을 부여받은 분들이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인사시즌이 마무리되면 새로 임명된 신임 리더를 위한 교육과정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들이 주어진 역할에 얼마나 잘 적응하여 조직을 이끌어나가느냐가 내년도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신임 리더 과정에서 강의하다 보면 리더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분을 많이 만나게 된다. 신임 리더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두 번의 칼럼에 걸쳐 신임 리더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의도적으로 잊으려는 노력을 필자는 ‘언러닝’(unlearning)이라고 표현한다. 신임 리더에게 언러닝이 중요한 이유는 역량 있는 ‘실무자’에서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하는 ‘운영자’로 전환하기 위해 새롭게 부여받은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리더로서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우느냐의 중요한 결정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귀를 열고 입은 닫아라. 신임 리더가 되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가 가진 역량과 성과를 조직에서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신임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특징 중 하나가 자신감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은 새로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필요한 변화된 상황을 파악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보다 자신의 비전과 조직운영의 원칙을 점령군처럼 선포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부임하자마자 이렇게 일방적인 소통만 하는 신임 리더를 보며 구성원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신임 리더가 되었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귀를 열고 입은 닫아라.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의 비율을 7대 3 정도로 맞춰 놓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신임 리더로 성공하고 싶다면 입을 닫고 귀를 활짝 열어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내가 가진 성공 노하우를 잠시 언러닝하는 지혜를 발휘해보자. 당신의 2021년이 한층 더 성공적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동일 연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