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떠밀려 중저가 주택 구입 나서는 수요자들…집값 상승폭 확대

전국 아파트값, 통계 작성 이후 최고로 상승…'비규제' 김포 3주간 6.6% 폭등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연합뉴스

전국 아파트값이 한국감정원 통계 작성 이후 8년 반 만에 최고로 뛰었다.

 

전세난에 밀려 중저가 주택 구입에 나서는 수요가 늘면서 전국 집값이 상승 폭을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비규제지역으로 남았던 경기도 김포는 최근 3주간 아파트값이 4% 넘게 뛰고, 부산 해운대구는 3% 넘게 오르는 등 과열 양상을 보여 정부가 조정대상지역 지정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감정원은 11월 셋째 주(16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이 0.25% 상승해 지난주(0.21%)보다 오름폭을 키웠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주 상승률은 감정원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치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 품귀로 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전세 수요 일부가 중저가 주택 매수로 돌아서면서 집값을 밀어 올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2% 올라 3주 연속 횡보했으나 종로구(0.04%)는 숭인·창신동 등 중저가 단지 위주로, 중구(0.04%)는 황학·신당동 등 구축과 중소형 위조로, 중랑구(0.03%)는 면목·신내동 등 저가 단지 위주로 각각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18% 올라 지난주(0.1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수도권에서 경기도가 지난주 0.23% 상승에서 이번 주 0.28% 상승으로 오름폭이 커졌으나 인천은 지난주 0.16%에서 이번 주 0.14%로 오름폭이 줄었다.

 

6·17 대책에서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김포시는 이번 주 아파트값이 무려 2.73% 뛰면서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포의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3주 연속으로 1.94%, 1.91%, 2.73%씩 올라 총 6.58% 폭등하며 과열됐다.

 

김포 A 공인 관계자는 "서울에서 전셋값이 너무 오르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지하철과 GTX-D 노선 교통 호재가 있는 김포 한강신도시로 매매 수요와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어 집값이 1∼2주 사이 수천만원씩 뛴 곳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지방 아파트값은 이번 주 0.32% 올라 감정원 통계 작성 이후 최고로 상승했다. 지방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을 말한다.

 

수도권인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의 아파트값도 지난주 0.39% 오른 데 이어 이번 주 0.48% 상승하며 역대 최고 상승을 기록했다.

 

5대 광역시 중 부산은 이번 주 0.72% 올라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상승을 기록했다.

 

부산은 작년 11월 모든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수도권보다 대출 청약, 세제 등에서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부산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달 이후 이번 주까지 7주 동안 0.12%→0.18%→0.23%→0.30%→0.37%→0.56%→0.72%로 매주 상승 폭을 키우는 중이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구(1.09%→1.39%)를 비롯해 수영구(1.13%→1.34%), 남구(0.81%→1.19%), 동래구(0.79%→1.13%), 연제구(0.88%→0.89%), 부산진구(0.81%→0.86%) 등 대부분 지역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대구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임에도 지난주 1.11% 상승에 이어 이번 주 1.16%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울산 남구(0.538%→0.81%)나 대전 유성구(0.67%→0.61%) 등 지방 광역시의 인기 지역 집값 상승률도 이번 주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도를 제외한 나머지 8개도 아파트값 상승률 역시 이번 주 0.18%를 기록해 감정원 통계 작성 이래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부 비규제지역에서 집값이 크게 뛰자 정부는 이날 김포를 비롯해 부산시 해운대와 수영, 동래, 연제, 남구, 대구시 수성구 등 과열 우려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기 위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한 전세난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번 주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0.30% 올라 전주 대비 0.03%포인트 더 올랐다. 63주 연속 상승이다.

 

서울은 0.14%에서 0.15%로 오름폭을 키워 73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8월 첫째 주 0.17% 상승해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10월 1∼3주 0.08% 상승을 유지한 데 이어 4주 0.10%, 11월 1주 0.12%, 2주 0.14%, 3주 0.15%로 최근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에서는 교육·교통 등 정주 요건이 양호한 강남 4구와 마포·용산·성동구 등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초구와 송파구가 0.23% 올라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강동구(0.22%), 강남구(0.19%) 등 강남 4구와 마포(0.21%)·용산(0.15%)·성동구(0.14%)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동작구(0.20%)는 흑석·사당동 역세권 중심으로 올랐고 관악구(0.17%)와 성북구(0.14%) 등의 전셋값도 오름폭이 줄지 않았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주 0.25%에서 이번 주 0.26%로 상승 폭을 키웠다.

 

경기(0.23%→0.27%)는 전주 대비 상승률이 확대됐고, 인천(0.61%→0.52%)은 상승 폭이 줄었다.

 

경기도에서는 김포시(0.92%)를 비롯해 고양 일산동구(0.46%)·덕양구(0.45%), 광명시(0.40%), 의정부시(0.40%), 양주시(0.38%), 용인 기흥구(0.36%), 수원 권선구(0.34%)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인천에서는 연수구의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주 1.83%에 이어 이번 주 1.65% 올라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고, 서구(0.43%), 남동구(0.40%) 등도 상승을 이어갔다.

 

최근 3주간 누적 상승률이 4.64%에 달하는 연수구는 전세 물량은 있지만 새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신축 아파트 위주로 집주인들이 4년 치 전셋값을 미리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뛰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지방도 지난주 0.29%에서 이번 주 0.33%로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이 커졌다.

 

세종의 전셋값은 지난주 1.16%에서 이번 주 1.15%로 상승 폭을 줄였다.

 

부산은 수영구(0.88%)와 해운대구(0.85%), 기장군(0.85%) 등을 중심으로, 대구는 수성구(0.82%), 대전은 유성구(0.87%) 중심으로 각각 상승률이 높았다.

 

정부는 이날 전세 품귀에 전셋값이 계속 오르자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4천가구의 주택을 공급해 전세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