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서, 사람들이 세계 각지의 음악에 흥미를 느끼는 지점은 다양하다는 이야기를 잠시 언급했다. 예를 들어 팝 가수 사이먼앤드가펑클의 노래 ‘엘 콘도르 파사’ 속에 안데스 사람들의 장례 문화와 음악에 고인을 기리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 같은 것이다. 여기에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콘도르의 상징, 그리고 전통 관악기 케나의 유래 등등. 문화를 경험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곳으로 날아가 현지에서 체험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거의 불가능한 팬데믹 시대에서는 음악만큼 새로운 비대면 문화 체험의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매체는 관계없다. 보다 효율적이면 된다. 그런 뜻에서 이번 회에는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와 음악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다루려 한다. 바로 안데스 지역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리적인 거리로만 이야기하자면 비행기로 꼬박 하루 이상 걸리는 곳이지만, 확실히 안데스 사람들의 정서는 우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 또한 음악뿐만 아니라 안데스 문화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많다. 안데스를 상징하는 마추픽추의 축조술이라든지, 지상 최고의 미술작품이라 불리는 나스카 평원의 그림이 모두 안데스 문화의 결과물이다. 안타깝게도 이들 잉카제국의 영광은 단 200년간 이어졌을 뿐이다. 청동기를 중심으로 생활권이 잡혔던 수십만명의 잉카제국은 총과 철기 문화로 무장한 100명의 스페인 침략자들에게 무너져 버렸다. 물론 스페인 침략자들이 철기와 화포로 무장했다는 사실은 사람 숫자가 의미 없음을 증명하기도 했지만, 외부와 단절된 잉카 사람들이 바깥세상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악만 놓고 보면 안데스 음악은 지금까지 유지되는 축복을 받기도 했지만, 찬란했던 잉카문화가 한 번에 몰락한 것은 결국 인간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이겨 나가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를 확인시켜 주는 역사적 사실이다.
잉카제국의 중심지로 알려진 곳은 서쪽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페루와 동쪽 내륙에 위치한 볼리비아이다. 우리가 듣고 즐기는 대부분의 안데스 전통음악이 바로 이 두 나라로부터 출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두 나라가 잉카제국의 중심지였으며 이후 칠레, 에쿠아도르, 아르헨티나 북부 등 안데스 지역의 문화가 전파되고 지금까지 유지된 곳은 잉카제국이 확장되면서 그들의 영토를 점점 넓혀가며 세력을 넓힌 곳으로 보면 된다. 안데스 음악을 세계적으로 알린 여러 아티스트들 중에는 역시 엘 콘도르 파사로 유명한 우루밤바(Urubamba)와 로스 잉카스를 뽑지 않을 수 없다.
황우창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