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아파트 몇몇 입주민들이 택배기사 부부에게 '승강기 이용 금지'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이들 부부의 과장된 주장에 의한 거짓말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택배기사 A씨 부부에게 '14층까지 계단을 통해 물건을 배송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입주민 B씨는 20일 "계단만 이용해서 물건을 배송해 달라고 요구 했다는 택배기사 부부의 주장은 완전히 날조된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B씨는 이어 "저와 택배기사 부부가 주고받은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면 이들 부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갑질 관련 증거 제시를 요구했지만 이들 부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택배기사 부부가 최근 승강기 문제로 다툰 노인회장 부부와 (우리 부부를)착각하고 과장된 거짓 주장을 했다"며 "택배기사 부부의 거짓말에서 비롯된 '갑질 입주민'이라는 억울한 누명 때문에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택배기사 A씨는 "B씨의 남편이 물건을 배송하던 제 아내에게 왜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시간에 기다리게 하느냐, 승강기 이용자가 없을 때 배송하라고 수차례 요구한 적이 있다"며 "사람들이 없을 때 승강기를 이용하라는 것은 밤늦은 시간까지 퇴근하지 말라는 것이고, 사실상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라는 의미 아니었냐"고 주장했다.
'승강기 이용 금지' 논란은 5층에 거주하는 노인회장 부부와의 말다툼이 발단이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노인회장 부부가 병원에 가기위해 승강기를 수차례 호출했지만 오지 않아 항의하자 택배기사 A씨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먼저 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노인회장이 승강기 사용 지연 문제로 항의하면서 '택배일을 관둬라', '승강기 사용료를 내지 않으니 계단을 이용하라'고 해서 순간 적으로 '아이~씨'라고 먼저 욕을 했다"며 "끝까지 참았어야 했는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 다툼 이후 택배기사 A씨가 아파트 내부에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입장문을 게시 후 세대별 배송을 거부하고 1층 경비실에 물건을 쌓고 가는 등 입주민이 아닌 택배기사가 오히려 '갑질'을 하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A씨 부부가 4개 택배사 물량을 독점하면서 일감이 넘치자 노인회장 부부와 다툼을 핑계로 '승강기 갑질' 논란을 키워 세대별 배송 거부의 빌미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승강기 갑질' 논란과 관련된 파장이 커지자 사실 규명을 위해 전날 모 택배사 서울 본사에서 간부직원 2명이 해당 아파트를 방문해 입주자 대표와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택배사 간부들은 '과장된 주장으로 문제를 일으킨 택배기사 A씨에게 경고조치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 C씨는 "입주자 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에서 우리 아파트를 대상으로 영업 중인 모든 택배사 기사들에게 공식적으로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라고 공지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연로한 어르신과의 말다툼을 '입주민 갑질'로 몰고 가는 세태가 씁쓸한 뿐"이라고 말했다.
택배기사 A씨는 20일 입주자대표회와 노인회장 부부 등에게 사과를 하고 지역 주간신문 3곳에 사과문을 게재하기로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