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가 최대 성수기인 연말이 다가오지만, 극장들 표정은 밝지 않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 등 여러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공연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이들을 위해 흥행 대작들이 극장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이루지 못할 꿈, 맨오브라만차
◆‘정의는 갖는 자의 것’, 몬테크리스토
친구 배신 때문에 인생과 사랑을 잃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가 또다시 복수심에 불타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돌아왔다. 프랭크 와일드 혼 음악으로 2010년 국내 초연에서 흥행 대성공을 거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10주년 기념 공연이다. 다섯 번째 공연으로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에드몬드 단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거듭나는 1막부터 그가 복수의 칼을 휘두르는 2막까지 서사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명, 영상, 그리고 무대 디자인이 작품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 중 가장 사랑받는 1막 마지막 곡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에서는 1.8t에 달하는 쇠파이프가 마치 죄인을 처단하듯 하강하는 장면이 아찔하다.
‘맨오브라만차’만큼이나 출연진이 화려하다. 엄기준을 비롯해, 카이, 신성록, 옥주현, 린아, 이지혜 등이 출연한다. 초연부터 지금까지 전 시즌의 무대에 오른 엄기준과 흥행보증수표인 옥주현 무대는 매진 행진 중이다. 서울 LG아트센터에서 2021년 3월 7일까지.
◆빛나는 청춘의 사랑과 우정, 그날들
우리나라에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그날들’도 다시 무대가 열렸다. 대통령 경호관들의 박진감 넘치는 훈련 장면에서 시작되는 ‘그날들’은 1992년 한·중 수교 무렵과 2012년 한·중 수교 20주년 즈음을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엮어 굴곡진 현대사 속 스러져간 청춘들을 그려낸다. 한·중 수교 막후 비밀 교섭에서 활약한 여성 통역사를 죽여 입을 막으려는 옛 안전기획부 흉계에 두 젊은 청와대 경호관이 휘말린다. 한명은 희생을 택하고 다른 한명은 20년 후에야 친구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고 오해를 풀며 친구의 진심을 받아들이게 된다.
세대를 뛰어넘는 명징한 가사와 감성적 선율의 가객(歌客) 김광석 노래가 새로운 생명력으로 감동을 준다. 지난해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소영 편곡·음악감독은 “그날들의 넘버는 3가지로 나뉜다. 절대 바꾸면 안 되는 곡과 바꿨지만 안 바꾼 척하는 곡, 완전히 바꾼 곡”이라며 완전히 바뀐 곡으로는 ‘변해가네’, 안 바꾼 척하는 곡은 ‘사랑했지만’을 꼽았다. 장 감독은 “ ‘사랑했지만’은 그대로 표현하면 그 감성이 드라마에 묻질 않는다고 판단해 원곡에서 가장 많이 바꿨지만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 안 바꾼 척하려고 노력했다. ‘서른 즈음에’는 바꾸면 몰매를 맞을 것 같아 원곡에 충실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 정학 역에는 2013년 초연 때부터 출연한 유준상을 필두로 이건명, 정성화, 민우혁이 출연한다. 여유와 위트를 지닌 자유로운 영혼 무영역에는 온주완, 조형균, 양요섭, 인성(SF9)이 출연을 확정 지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피경호인 그녀역에는 루나, 방민아, 효은이 캐스팅되었으며, 다정하고 소탈한 성품의 대통령 전담 요리사 운영관 역에는 서현철, 이정열, 고창석이 출연한다.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2021년 2월 7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