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발표문은 이렇게 끝난다. “결론적으로 김해 신공항 계획안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확장성 등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지자체의 협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장애물제한표면 높이 이상 산악의 제거를 전제로 사업추진이 필요하다는 해석을 고려할 때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 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검증위원회의 21명 전문가가 만 11개월 동안 수행하고 작성한 보고서의 결론은 앞뒤가 맞지 않고 모호하다.
모두 328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몇 줄로 요약한 결론이 검증의 목적을 명쾌하게 밝히지 못한 것이 문제다. 검증한 결론은 없고 앞으로 계획수립과정에서 보완할 사항들만 나열했고, 핵심쟁점인 안전성에 대해선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내용이 담겼다. 위원장은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논리가 맞지 않는 잘못된 보고서다.
국무총리실이 검증위원회를 출범시킨 배경은 이렇다. 2017년 신정부가 들어서자 부·울·경은 자체 검증단을 만들었고 파리공항관리공단(ADPi) 결정에 대해 “2016년 후보지 선정 당시 김해공항 확장으로 미리 정해놓고 배점과 평가 기준을 바꿔 정치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순위는 조작·왜곡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검증은 그 의혹을 ‘검사하고 증명’하는 작업이었다. 위원회는 당시 신공항 후보지를 선정했던 프랑스 용역회사 ADPi의 보고서를 놓고 11개 쟁점 22개 세부항목이 각각 참인지 거짓인지를 밝혔다. 발표에선 그걸 내놓았어야 했다. 검증보고서의 결론을 다시 보자.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는 첫째 결론은 하나 마나 한 얘기다. ADPi는 건설계획을 수립한 게 아니다. 용역계약대로 후보지를 평가해 최종 입지를 선정한 거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건 국토부의 일이고 계획과정에선 당연히 보완할 게 많다. 둘째,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성이 어렵다’는 건 엉뚱한 얘기다. 2056년이 되면 연간 여객 3800만명의 수요처리가 가능하다고 본문에서 밝혀놓고 확장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향후 36년 동안의 처리능력엔 문제가 없지만, 그 이후까지 봐야 한다는 건 예측의 기본을 모르는 얘기다. 예측은 모델이 아무리 정교해도 기간이 길수록 예측력은 떨어진다. 지금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장기예측은 2035년까지만 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 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