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다섯 가지 사유를 들었다. 이 중 다수가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개월 동안 대립해왔던 사안들이다.
그동안 추 장관에 흔들림없이 맞섰던 윤 총장 역시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절대 물러서지 않음을 시사했다. 양측 간 대결은 이제 법정으로 갈 것이 확실해졌다. 사법부로 공이 넘어간 셈이다.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두 사람 중 한 명은 사실상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발표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의 발표가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 예측했다는 의미다. 윤 총장의 짤막한 성명에서 핵심은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와 ‘법적 대응’이다.
방점은 ‘법적 대응’에 찍힌다. 윤 총장은 그동안 추 장관과의 대결 구도를 피하진 않았지만 법적 대응만큼은 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잇따른 수사지휘권 발동 등을 직접 비판했지만 법적 대응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피해가 갈 것이 우려된다며 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런 그가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것은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당장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진행하는 징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이나 공권력의 행사·불행사로 인해 이익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제기하는 소송이다. 소송 장기화를 예측해 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이날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결정은 시작 시간인 오후 6시에서 약 40분 전인 5시21분에 기자단에 공지가 됐다. 추 장관은 오후에 회의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한 차례 발표 장소가 변경되고 발표자가 추 장관인 것이 브리핑 직전에 공지되는 등 과정은 혼란스럽게 전개됐다. 추 장관은 발표 전 “많은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짧게 사과했다. 그는 준비한 기자회견문만 읽은 뒤 6시 19분에 단상에서 내려왔다. 취재진이 추 장관에게 거듭 질문했지만 그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차량을 타고 빠져나갔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