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찰총장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무배제 당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이외에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및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외부 유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망 손상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등 5개 사안을 직무배제 이유로 꼽았다. 그간 추 장관과 여권이 윤 총장과 대립해온 사안들이 총 망라됐다. 조국 전 장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추 장관은 지난 1월 부임 후 인사권 갈등을 시작으로 1년 가까이 윤 총장과 갈등을 이어왔다.
윤 총장의 측근으로 통하는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기자 간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채널A 사건과 관련해서는 추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초유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한 수사에 윤 총장이 관여하지 말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22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그간 불거진 문제에 대해 적극 발언하고,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또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하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발언하고, ‘봉사에 정치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해 정계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추 장관은 이 부분이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이 역시 징계 사유로 들었다.
최근 추 장관의 지시로 이뤄진 법무부 감찰관실의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도 직무정지 사유가 됐다.
추 장관은 “이번 징계 청구 혐의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비위 혐의들도 엄정히 진상을 확인할 것”이라며 “검찰총장의 비위를 예방하지 못하고 신속히 조치하지 못해 국민께 심려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윤 총장 주변 수사를 진행해 결과가 나오면 징계 사유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 장관 발표 직후 윤 총장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그간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면서 “위법·부당한 처분에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 장관의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지만 관련 사안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도형·박현준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