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24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주장한 여섯 가지 직무배제 상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태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 기류가 읽히는 대목이다.
일단 법무부장관의 직권으로 내려진 집무집행 정지 명령은 곧바로 효력이 발생한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역할이 중단되면서 수사 지휘는 물론 검찰 행정 업무도 볼 수 없게 됐다. 당장 출근조차도 불투명하다. 검찰총장의 역할은 조남관 대검 차장이 대행하게 된다. 윤 총장은 법무부의 발표가 나온 뒤 짧게 입장을 낸 뒤 곧바로 퇴근했다.
대검 관계자는 “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되면 윤 총장은 그 절차에 따라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을 예정”이라며 “당장 뭘 하겠다고 말하기보다 집행정지 처분이나 취소 소송 등을 포함해 검토한 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해 다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가 감찰규정에서 ‘중요사항 감찰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자문을 받을 수 있다’로 고쳐 곧바로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총장이 전격 직무배제되자 대검 내부에서는 조치의 위법성을 들어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윤 총장이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에 대해 “만남 후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게 보고된 사안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식사 자리에 다수의 사람이 있었고 사건을 청탁하거나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판사 감찰 부분에 대해서도 주요사건 공판 참고자료를 만든 것으로 일상적인 업무라고 주장했다. 대검이 일선을 지휘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만큼 주요사건과 판사가 재판을 이끌어가는 성향 등을 조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법무부에서 주장하는 판사의 가족관계 등까지 파악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온라인이나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한 게 전부”라며 “사찰은 특정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이 사람의 숨겨진 정보를 파악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채널A 사건 관련 감찰과 관련해서는 법무부가 절차를 어겼다는 입장이다. 법무부가 사건을 감찰부에 직접 보낸다고 감찰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고 총장의 배당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다.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외부 유출과 관련해서는 윤 총장이 정보를 노출했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는 상태라고 맞섰다.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엄과 신망을 손상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추 장관의 일방적인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한 국회의원이 임기 끝나고 뭘 할 것이냐는 질문에 ‘퇴임 후 천천히 시간을 갖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대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근조’라는 주제어를 달아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행한 폭거에 분명한 항의의 뜻을 표한다”며 “우리와 국민은 검찰개혁의 이름을 참칭해 추 장관이 향한 정치적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하겠다”고 적었다. 이 검사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등을 비판했다가 되레 ‘커밍아웃 검사'라고 저격당했던 인물이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이들이 무엇을 겁내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