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모텔 1층서 "술 달라"며 60대 방화… 2명 사망

9명 부상…투숙자 대부분 인근 공사장 건설 종사자들
25일 오전 2시 39분 투숙객의 방화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3층짜리 모텔 건물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현장. 연합뉴스

60대 남성의 방화로 2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날 오전 2시 39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3층짜리 모텔 건물 1층에 장기간 투숙하던 A(69)씨가 자신의 방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면서 화재가 났다. A씨는 모텔 주인에게 술을 달라고 했으나 주인이 주지 않자 자신의 방에서 종이에 불을 붙여 방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모텔에 머물던 14명 중 1층 투숙객인 50대 여성 1명과 40대 남성 1명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에 이송되던 중 결국 사망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가운데 8명은 허리 통증과 연기 흡입, 타박상, 화상 등 경상을 입었으며 중상을 당한 1명은 CPR을 받고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당시에도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알려졌다. A씨는 방화 직후 맨발로 인근 편의점에 도주해 ‘배가 아프다’고 주장, 119에 신고했다가 병원에 이송되는 중에 자신이 모텔에 불을 냈다고 자백했다. 이를 들은 소방관이 A씨를 경찰에 인계하면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화재가 발생한 모텔 건물은 1970년 지어진 지상 3층 건물로, 객실이 총 13개 있었으며 사고 당시 14명이 머물고 있었다. 구청 등에 따르면 이 건물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발생 당시 건물에 화재경보기가 울리거나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건물 안에는 비상구도 따로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텔은 하루 숙박비가 3만원으로, 인근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 종사자들이 장기 투숙하는 경우가 많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과 경찰 등 관련 당국은 차량 34대와 인력 122명을 동원해 오전 3시 15분쯤 불길을 잡은 뒤 오전 4시쯤 불을 완전히 껐다. 경찰과 소방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A씨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