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분의 1도 안돼 죽을 맛”… 이용객 급감에 자영업자들 ‘눈물’

거리두기 2단계 시작… 곳곳 번화가 21시 기준 불 꺼져
음식점뿐만 아닌 노래방·헬스장 등도 저녁 이용객 급감
25일 점심시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이 한산하다. 뉴시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된 첫날인 24일 밤, 서울 곳곳의 번화가는 9시를 기점으로 불이 꺼졌다. 평소라면 삼삼오오 모여든 청춘들로 붐볐을 건대입구와 홍대입구 등 대학가와 명동 등 상업 중심지도 한산한 밤을 보냈다. 명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45)씨는 영업제한 시간인 9시보다 1시간 빠른 8시에 가게 문을 닫았다. 저녁 손님이 단 한 테이블도 없었던 탓이다. 이씨는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아예 없다. 배달 주문도 거의 없다”며 “명동에서 장사한지 3년째인데 평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매출이 10분의 1도 안된다. 외국인 손님이 끊긴지도 오래됐는데 이제 연말 술 손님까지 사라졌으니 죽을 맛”이라고 한탄했다.

 

전날 밤의 매출 부진 여파로 25일 자영업자들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건국대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33)씨는 이날 영업 시작 시간을 오전 11시로 변경했다.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맞춰 일찍 문을 열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가뜩이나 코로나로 매출이 절반가량 떨어진 상황인데, 2단계 첫날이었던 어제는 거기서 절반이 더 떨어졌다”면서 “영업시간을 오전으로까지 늘렸지만, 낮에 오는 손님은 아직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60)씨는 “보통 오후 7시부터 손님들이 오기 시작하는데, 9시에 영업을 끝내려면 실제로 장사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에 불과하다”면서 “지난해 연말에는 가게 밖에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대목이었지만, 올해는 예약도 모두 끊겨 임대료조차 내기 버거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거리두기 2단계가 장기화한다면 영업시간을 최소 1~2시간만이라도 늘려줬으면 하는 것이 자영업자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음식점 뿐 아니라 노래방과 헬스장 등에도 저녁 이용객이 급감했다. 대학가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40대 사장 A씨는 “2단계 첫날이었던 어제 하루종일 5팀 밖에 받질 못했다”면서 “2단계 시행 전보다 손님이 80%가까이 급감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노래방은 늦은 시간에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인데, 거리에 사람 자체가 없다보니 인근 노래방 업주들 모두 걱정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요가원을 운영하는 B씨는 오후 9시30분에 시작해 10시30분에 끝나던 마지막 수업을 아예 없애고, 오후 8시에 시작하던 수업을 7시50분 시작해 8시50분에 모든 수업을 마치도록 했다. B씨는 “감염 우려를 낮추기 위해 마스크 벗고 샤워하는 일을 금지하고, 마스크를 쓴 채로 간단한 손발 씻기만 허용하고 있다. 저녁 수업도 예약제로 진행한다”며 “이렇게라도 방역이 잘 돼 조용히 넘어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송파구의 한 헬스장을 다니는 직장인 김모(27)씨는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오후 8시가 넘는데, 헬스장이 9시에 문을 닫으니 운동하러 가기 힘든 상황”이라며 “지난달에 회원권을 끊었는데, 아쉽지만 한동안 운동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헬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헬스장을) 오후 9시까지 한다고 하니 평소 9시 이후에 오던 회원들도 미리 오는 바람에 이전 시간대에만 헬스장이 너무 붐빈다”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지원·이강진·유지혜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