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금·지·법·절·대·안·돼’ ‘근·로·기·준·법·전·면·적·용’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앞 당사에는 아홉 글자짜리 피켓 시위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서울시의 ‘10인 이상 집회 전면 금지’ 방역 지침에 따라 9명씩 모여 한 글자씩 적힌 손팻말을 드는 ‘쪼개기 집회’를 강행한 것이다.
1.5단계에서는 구호나 노래 부르기 등 위험도가 큰 활동을 동반하는 집회·시위의 인원이 100명 미만으로 제한되지만, 민노총은 보건 당국의 집합금지 명령에도 해산 없이 집회를 이어갔다. 보건 당국은 감염병 관리법 위반 혐의로 노조를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은 이번 총파업 참여 인원을 15만∼20만명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참가 인원은 예상치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맹탕 파업’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민노총 산하 노조 가운데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40여개 사업장에서 3만4000여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민노총 전 조합원이 100만명을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3% 정도가 참여한 셈이다. 민노총은 지난해 3월과 7월 대대적인 총파업을 예고하고도 참가 인원이 고용부 추산 각각 3000명, 1만2000명을 기록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거듭 집회 자제를 요청했지만 민노총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동규 민노총 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방역에는 자신이 있다”며 “파업 이후 국회 앞에 모이는 대중집회 방식은 포기했고, 철저한 선제적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개인 간 거리 유지를 지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노총은 이번 총파업과 집회의 책임을 오히려 정부·여당에 돌렸다. 정부·여당의 노동정책 실패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파업을 강행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양 집행위원장은 “민노총은 올해 코로나19 사태 10개월간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었다”며 “민주당은 민노총을 우려하지 말고 자신들의 몫을 먼저 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이번 총파업의 목표로 ‘노조법 개정 저지’와 ‘전태일 3법 입법’을 전면에 내걸었다. 민노총은 이번 주 국회 심의가 본격화한 노조법 개정안에 파업 시 주요 시설 점거 금지 등 경영계 요구가 일부 반영된 데 대해 반발했다. 또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기업을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민주당이 당론 채택을 보류하는 등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민노총이 주장하는 전태일 3법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외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등의 노조 결성 권리 보장 등이 있다.
방역 당국은 방역 기준에 부합한 집회라도 코로나19 확산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한다고 해도) 이동과 해산 전후 모임, 집회 과정 등에서 감염 확산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집회가 실시될 경우 정부는 어떠한 예외도 없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전날에도 집회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며 “집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동수·이진경·이종민 기자 ds@segye.com